최근 중국 어선들이 서해5도 바다로 넘어와 우리 어민들의 그물과 어구를 훼손하는 일이 늘고 있다. 어민들은 정부와 해경에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인천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중국 어선들이 조업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요즘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어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어선이 선단을 이뤄 불법조업에 나서는 과정에서 어민들이 서해5도 해역에 쳐놓은 그물을 걷어가거나 훼손하는 피해가 발생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이를 외면했다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것.
군이 최근 조사한 어구 피해상황(10월 1∼30일)에 따르면 백령도 일대에서 조업에 나서는 영광호 등 어선 26척이 바다에 쳐놓은 통발어구 112틀(1틀은 높이 22cm, 지름 60cm 규모의 원형어망 80개)이 도난당하거나 파손됐다. 또 대청도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복성호 등 16척의 통발어구 148틀이 없어지거나 쓸 수 없게 됐다. 통발어구 1틀의 가격은 보통 140만 원 안팎으로 모두 4억여 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발에 잡힌 꽃게와 홍어, 우럭 등 수산물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민들은 기상이 악화돼 서해5도에서의 국내어선 조업이 통제된 틈을 타 중국어선이 수시로 몰려와 불법조업에 나서면서 어민들이 설치한 어구를 걷어가거나 끊어버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그동안 정부와 해경 등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상황과 강력한 단속을 수차례나 건의했으나 무시해왔다고 주장한다.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어민들이 31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강력단속 촉구대회’를 열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지난달 28일 열린 백령도 대청도 선주협의회와 어민회의에서는 화가 난 어민들이 “직접 어선을 몰고 중국어선에 접근해 대항하자”는 집단행동 의견을 내놓았을 정도다. 실제로 연평도 어민들은 2003년 10월 어선 60여 척을 몰고 중국어선 2척을 에워싼 채 해상에서 항의한 적도 있다.
결국 어민 120여 명은 31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강력단속 촉구대회’를 열어 정부와 시에 항의했다. 이들은 “서해5도에서 한국어선의 야간 및 월선조업은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처벌하면서 싹쓸이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어구 피해에 따른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일에는 서울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광장과 국회의사당 주변 거리에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어민들은 앞으로 정부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국회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서 집회를 계속하기로 했다.
서해5도 해역에서 국내어선들의 안전한 조업을 통제하고 있는 옹진군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다. 군은 수년 전부터 정부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주요 해역에 대형어초와 같은 불법조업 방지시설 설치비(200억 원) 지원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들 해역에 모두 어업지도선 6척이 배치됐지만 2006년에 건조된 1척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은 선령(船齡)이 15년 이상 지나 고속운항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백령도 해역에 배치된 어업지도선 214호는 건조된 지 35년이 넘어 조업 지도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관할 구역에 공장이나 회사가 없고, 섬으로만 이뤄져 있어 세수가 부족한 군은 2001년부터 신형 어업지도선 2척에 대한 건조비(120억 원)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북한과 마주한 접적해역에서의 조업지도 업무는 단순히 지자체에만 미룰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불법조업이 적발될 경우 3년 이상 조업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