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잿더미로 31일 오전 2시경 전북 정읍시 내장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전소됐다. 잿더미로 변한 대웅전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반원들이 화재 원인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내장사는 636년 백제 무왕 때 창건됐으며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다 6·25전쟁 때 또 소실돼 1958년 새로 지어졌다. 작은 사진은 내장사 대웅전이 불에 타기 전 모습. 정읍=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국 최고의 가을 단풍 명소인 전북 정읍시 국립공원 내장산 내장사에 31일 새벽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했다. 이번 화재로 대웅전 89m²가 모두 불에 탔고 불화(佛畵) 3점과 불상 1기, 북 1개가 소실됐다. 법당 안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내장사 대웅전은 지정 문화재는 아니며 내부에도 주요 문화재는 없다.
경찰이 대웅전 내부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오전 2시경 대웅전에 설치된 전기난로 주변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길이 번졌다. 그 시간에 법당에 출입한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전기난로 과열이나 누전을 화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재는 단풍 절정기에 발생했다. 내장산 단풍은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루고 다음 주까지 빼어난 색감을 즐길 수 있다. 내장사는 백제시대(636년)에 창건됐으며 여러 차례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다 1938년 현 위치에 지어졌다. 6·25전쟁 때 또 소실됐다가 1958년 재건됐다.
소실된 대웅전은 증산교의 유파로 일제강점기 신흥 민족종교인 ‘보천교’의 정문에 해당하는 보화문(정읍시 입암면)을 해체 복원한 것이다. 보화문은 원래 2층 형태였지만 내장사로 옮겨 와 대웅전으로 복원되면서 단층으로 축소됐다. 다른 절의 대웅전과 달리 건물을 받치는 높이 3m가량의 기둥이 모두 돌로 된 점이 독특하고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목조건물이다.
매년 가을이면 단풍 구경을 위해 내장사를 찾는다는 이화정 씨(48·전북 전주시)는 “이번 불로 오색 단풍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가을 대웅전을 볼 수 없게 돼 불자로서 안타까움이 크다”며 “하루빨리 옛 모습대로 복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