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1세기는 지식기반, 정보화, 세계화의 사회라고 합니다.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사회로의 발전은 직업세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새로운 직업이 출현하고 선택 가능한 직업이 많아졌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경제는 계속 성장하지만 첨단기술의 발전과 컴퓨터화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듭니다. 199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10억 원 증가할 때마다 회사나 기관의 일자리가 17개 늘었습니다. 지금은 같은 상황에서 늘어나는 일자리가 10개도 안 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추세를 감안하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낸다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적성만능주의형 진로교육은 어쩌면 ‘준비된 실패’의 지름길이 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니 눈높이를 낮춰 3D 직종이라도 감지덕지하고 가라고 하는 ‘눈높이 조절형’ 진로교육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진로교육은 소수가 아닌 많은 학생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이 살아갈 직업세계에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있음을 인식시켜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그러므로’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강인함과 유연함을 키우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현재 있는 직업과 일자리에 사람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거나, 다른 사람을 고용해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 혁신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주역인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은 벤처기업 창업을 가장 선호한다고 합니다. 공무원 의사 변호사 등 소수의 잘 알려진 직업으로 몰리는 한국 청소년의 직업의식과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변화와 혁신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학생이 여기에 적극 대처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진로교육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현상은 이런 진로교육이 최선의 해결책임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열정을 갖도록 하는 한편 창의성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스스로 느끼고 열매를 따도록 도와야 합니다.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이 벤처창업을 선망하는 이유는 실패해도 망하지 않는, 그리고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소중하게 여기는 제도적, 경제적 지원과 문화가 연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진로교육은 학교나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가 함께해야 하는 일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