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흉기난동 사고나도… 여전히 ‘외부인 출입 무방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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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요구하면 “개인정보” 반발… 학부모라 속여도 대충 확인 ‘통과’

서울 강북의 A초등학교는 학교 정문과 후문에 외부인 출입 규칙에 대한 안내판을 만들어 붙였다. 학부모가 교직원과 미리 약속을 하고 신분증을 맡겨야 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분확인 절차는 형식적이었다. 기자가 6일 오전 10시경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배움터 지킴이가 앞을 막았다. “2학년 학생의 부모인데 아이가 두고 간 준비물을 주러 왔다”고 하니 지킴이는 신분증을 달라고 했다.

신분증이 없다고 하자 지킴이는 출입자 기록 대장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적으라고 했다. 이 학교에 연고가 없는 기자가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가짜로 적었지만 곧바로 출입이 허용됐다. 건물 내부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갔다.

서울 서초구 계성초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학교에 보안 강화를 지시하자 일선 학교는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판을 붙이는 등 안전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이 별다른 제지 없이 학교에 드나든다는 점이다. 기자가 6일 찾아간 학교에는 토요 프로그램을 위해 등교한 학생이 많았지만 외부인 통제가 형식적이었다.

서울 강남의 B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한창 등교하는 오전 8시 30분경 운동장에 외부인이 20명 넘게 있었다. 조기축구를 하던 중년 남성들이었다. 당직인 젊은 여교사가 나가달라고 했지만 이들은 “곧 끝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계속했다.

당직 교사는 “오전 8시 이후에는 운동장을 쓰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여놨지만 무용지물이다. 토요일에 학교에 나오는 아이는 많은데 교사는 적으니 더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평일이라고 다르지 않다. 서울 성북구 C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보안관이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해도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 학교 교감은 “경찰에 물어보니 개인정보를 강제로 확인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학교에 있는 1000명의 안전이 우선인지, 아니면 학교에 들어오려는 1명의 개인정보가 우선인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초등학교#외부인 출입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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