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여성, 쌍둥이 낳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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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으로 남아-여아 제왕절개 성공… 국내 최고령 산모 기록

국내 최고령 산모인 박모 씨(57)가 26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는 모습. 산부인과 김암 교수(오른쪽)의 집도로 박 씨는 이날 쌍둥이를 순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최고령 산모인 박모 씨(57)가 26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는 모습. 산부인과 김암 교수(오른쪽)의 집도로 박 씨는 이날 쌍둥이를 순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나이가 많아 아이들이 다 자라는 걸 볼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자기들끼리 의지하며 살 수 있겠구나 싶어 다행이네요.”

산모는 출산 직후 아이들을 걱정했다. 자녀를 낳으면, 더구나 쌍둥이면 기뻐하기 마련인데 마음이 잠시 아팠던 이유는 뭘까.

아이들의 엄마는 박모 씨. 26일 오전 10시 45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로 2.23kg의 남아와 2.63kg의 여아를 출산했다. 박 씨는 1955년생이다. 만 57세로 국내 최고령 산모가 됐다. 수술은 이 병원 산부인과 김암 교수팀이 맡았다. 김 교수팀은 작년에 만 55세 여성이 여아를 출산하도록 도왔다. 최고령 기록이었는데 박 씨가 새 기록을 세운 셈이다.

박 씨는 결혼 후 10년 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릴 때 앓았던 복막염으로 나팔관이 붙어 번번이 실패했다. 27년이 지나도록 임신을 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시험관 아기 시술도 했지만 실패했다. 남편과 시어머니 모두 포기했다. 그들은 박 씨에게 “둘만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며 말렸다.

그러나 박 씨에게는 미련이 남았다. 워낙 아이를 좋아했던 터. 엄마가 되는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수정된 배아는 매번 착상에 실패했다. 그때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가슴 한쪽에 깊은 구멍이 패는 듯했다. 12년 전에는 폐경이 찾아왔다. 이젠 아이 낳는 게 불가능한가. 소망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다시 엄마가 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2년 전이었다. 자식 없이 사는 할머니가 명절에도 쓸쓸히 집을 지키는 모습을 방송에서 우연히 보면서였다. 말년을 그리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폐경기가 지났지만 다행히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때 쓰고 남은 냉동 난자가 있었다. 그 난자를 이용해 착상을 시도했다.

매사에 조심조심. 박 씨는 당뇨 증세가 있었다. 임신 중에 당뇨가 있으면 합병증으로 출산 과정이 위험해지기 쉽다. 몸을 예전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남보다 더 힘겨운 노력을 해야 했다. 매일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몸을 관리했다. 이 덕분에 당뇨의 위험에서 다소 벗어났다. 한약으로 난소의 기능을 살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올 2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처음으로 착상에 성공했다. 드디어 임부가 됐다. 박 씨는 “임신 사실을 처음 알고 눈물이 펑펑 났다. 남편이 나 때문에 평생 아빠 소리도 못 들을 것 같아 늘 미안했는데 환갑을 맞는 올해 큰 선물을 안겼다”고 말했다.

난관은 그 후로도 있었다. 임신에 성공했지만 초기에는 몸이 붓는 등 임신중독 증세가 언뜻 보였다. 그래도 잘 참아냈다. 이런 노력 끝에 쌍둥이 남매를 얻었다.

김 교수는 “산모와 아기들은 모두 건강하다. 건강을 잘 관리해 다른 쌍둥이처럼 임신 36주차에 정상적으로 출산했다”고 말했다.

늦게 얻은 보물. 박 씨는 이제 더 열심히 살아야 할 ‘행복한 이유’가 생겼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채널A 영상] ‘12년 전 폐경’ 57세 女, 쌍둥이 출산…최고령 기록


#최고령 산모#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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