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알바’ 뛴 선생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상해보험 10여개 가입한 뒤… “칠판 써서 어깨 결려” 입원
2억3000만원 챙긴 14명 적발… 묵인한 의사 등 17명도 입건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A고등학교 국어교사 윤모 씨(33·여)는 방학이 되자 병원을 찾았다. 학기 중 칠판에 글씨를 많이 썼더니 목과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며 의사 최모 씨(47)에게 진료를 받았다. 방학이 끝날 때쯤 2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기록을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 780만 원을 받았다.

윤 씨의 보험사기 혐의를 조사하던 경찰은 그가 단 하루도 병원에 머물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상품에 해박한 어머니에게 보험사기 수법을 배운 윤 씨는 2010년 2월부터 매달 방학을 앞두고 보험사 여러 곳의 상해보험에 집중 가입한 뒤 의사 최 씨와 짜고 방학 동안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몄다. 그는 올 1월까지 11개 상해보험에 가입해 5차례나 허위 입원하고 보험금 4100만 원을 챙겼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 2억3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윤 씨 등 현직 교사 14명(국공립 교사 7명)과 이들의 범행을 묵인하고 도운 의사, 보험설계사, 병원 사무장, 교사 가족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적발된 교사들은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보험사기를 짭짤한 부업으로 여겼다. 고교 체육교사 주모 씨(42)는 스노보드를 타다 다친 것처럼 꾸며 입원하고는 버젓이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학교 계단에서 넘어졌다거나 체육수업 중에 공에 맞았다고 핑계를 댄 뒤 보험금을 타낸 교사도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뻔뻔한 사기 행각을 저지르고 거짓말하는 행태에 놀랐다”며 “윤리나 도덕 과목 교사가 적발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현직 교사#보험사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