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9개 중고교 기말고사때 선행 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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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701개 학교 조사… 1학기 중2 시험에 중3 문제
중3 수학시험엔 고교 문제… “사교육 유발” 경고-주의 처분

서울의 일부 중고교가 지난 학기 기말고사에서 교과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중학교 2학년 시험에 3학년 때 배우는 내용이, 3학년 시험에 고교 수학 내용이 나오는 식이다. 이렇게 시험 문제를 내면 사설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 않고 학교수업만 듣는 학생에게는 불리하므로 결과적으로 공교육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701개 중고교가 1학기 기말고사에 냈던 수학시험지를 7, 8월에 모두 걷어서 점검한 뒤 교과 범위 밖 출제가 확인된 39곳에 대해 기관경고 등의 조치를 했다고 6일 밝혔다.

일선 교사들로 구성된 점검단이 조사했더니 중학교 384곳 중 16곳(4.2%), 고등학교 317곳 중 23곳(7.3%)이 교육과정을 벗어나거나 지나치게 어려워서 사실상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를 냈다.

시교육청은 전체 문제의 70% 이상을 교과 범위 밖에서 출제한 중학교 1곳, 고등학교 8곳에 대해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고등학교 5곳은 문제의 40∼70%를 이렇게 냈다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고, 중학교 15곳과 고교 10곳은 40% 이하를 같은 방식으로 냈다가 시정계획서를 제출하게 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외국어고와 과학고 같은 특목고는 이번에 적발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과목 중에서 수학이 선행학습 수요가 가장 크다.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해 2학기에도 계속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과 범위 밖 출제를 계속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행정 재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1학기에 2학기의 일부 내용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시교육청이 시험 문제만 점검하고 징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 A고 교사는 “현실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많은데 교과과정 속에서만 문제를 내면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기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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