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지역 재건축 사업 평균 10.6년 걸려… 거북이 추진속도에 투자자 애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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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를 산 회사원 김모 씨(48)는 재건축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대출 3억 원을 끼고 9억5000만 원에 살 때만 해도 6년이 지난 지금쯤엔 분양이나 착공에 들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아직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2010년 초 13억 원까지 올랐던 시세도 사업이 지연되면서 지금은 10억 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김 씨는 “그동안 낸 원리금만 1억5000만 원에 가깝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돈이 묶일지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고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투자에 대한 빛을 보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재개발·재건축의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등으로 사업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서울에서 구역지정을 통과한 452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구역지정에서 준공까지 평균 10.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역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 통과까지 2.8년,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인가 2.3년, 관리처분인가에서 착공 1.9년, 착공에서 준공까지 3.6년이 걸렸다. 새 아파트를 노리고 사업 초기에 투자할 경우 강산이 한 번 변하는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평균일 뿐 조합원 갈등, 시공사 선정이나 분양 지연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뉴타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상당수 지역이 내년까지 재개발 사업 속도가 늦어지거나 아예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

2003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재개발 지분에 수억 원을 투자한 이모 씨는 “동네가 2004년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해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조합원 사이에 법정투쟁이 발생하면서 8년 동안 사실상 사업이 멈췄다”며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진행이 늦어져도 가격만 오른다면 괜찮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면적 의무비율을 확대하는 등 사업성도 떨어져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서울 지역 아파트 121만9276채를 입주시기별로 가격변화를 조사한 결과 입주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평균 7.29% 떨어져 전체 평균(―3.42%)보다 내림폭이 컸다. 재건축 아파트 거래도 실종된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6단지 1만2440채 가운데 지난달 딱 1건만 거래됐을 정도다.

부동산114 윤지해 연구원은 “요즘처럼 경기변동이 심할 때는 재개발·재건축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것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자부담, 기회비용 등을 철저히 따져보고 선택하지 않으면 자칫 대출금에 발목이 잡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재건축#구역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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