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고교 배드민턴 감독이 금품요구” 참다 못한 학부모 권익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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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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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B 씨가 A 감독의 요구에 따라 500만 원을 입금한 내용이 담긴 계좌이체 결과 조회서.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지난해 10월 B 씨가 A 감독의 요구에 따라 500만 원을 입금한 내용이 담긴 계좌이체 결과 조회서.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감독도 선생님인데, 다친 아들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다니요….”

고등학교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하는 아들을 둔 B 씨(42)는 아들의 감독에게서 당한 협박과 갈취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B 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차례 전국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휩쓴 기대주.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인 2010년 5월 연습 도중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했고, 꾸준한 재활치료로 운동을 재개해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B 씨는 지난해 9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중3이던 아들이 진학할 고교의 배드민턴부 감독인 A 씨가 “수술 후 재활이 완전하지 않아 선수로는 어려울 듯하니 다른 진로를 찾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한 것. 청천벽력 같은 말에 B 씨는 “의사가 수술이 잘돼 선수생활을 계속해도 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지만 감독은 계속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 해 10월 A 감독은 B 씨를 불러내 “아들의 원만한 선수생활을 보장해 줄 테니 3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B 씨가 당황하며 난감해하자 A 감독은 액수를 1000만 원으로 낮췄다. 형편이 어려웠지만 아들의 장래를 걱정한 B 씨는 결국 A 감독에게 500만 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B 씨의 아들은 지난해 말 이 학교 입학예정자 3명과 함께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A 감독의 금품 요구는 그치지 않고 계속됐다. A 감독이 입학예정자와 재학생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학생들이 진학할 대학이나 주니어팀 감독에게 술과 식사를 대접해야 하기 때문에 매월 40만 원씩 걷어 180만 원은 야간훈련지도비 명목으로 나에게 주고, 나머지는 학생들 식비로 사용하라”며 또 금품을 요구한 것. B 씨 등이 낸 돈은 이후 인천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으나 A 감독의 금품 요구는 그치지 않았다. 어떨 때는 룸살롱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감독의 요구를 견디다 못한 B 씨는 결국 A 감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 금품 요구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런 지도자 밑에서는 아들이 선수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A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 “형사처벌되면 서로 좋을 것이 없지 않으냐.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빌려준 것으로 진술해 달라”고 협박까지 했지만 B 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권익위를 거쳐 경찰 조사를 벌인 끝에 A 감독은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됐다. A 감독은 현재 감독 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체육교사 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고발한 B 씨도 안타깝지만 뇌물 공여로 입건된 상태. 스스로 뇌물인 줄 알고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B 씨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나도 범죄자가 되고, 아들이 받을 불이익도 염려가 됐지만 그의 집요한 금품 요구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며 “이런 교사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권익위는 검찰에 B 씨에 대한 정상참작을 요청한 상태다. A 감독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이 어려워 돈을 빌린 것은 잘못됐지만 B 씨가 착각해 신고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B 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처벌이 미약해 A 감독이 그대로 학교에 남는 상황. B 씨의 한 지인은 “A 감독이 그대로 학교에 남을 경우 B 씨 아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며 “B 씨가 부정과 비리를 뽑겠다는 생각에 신고를 했지만 아들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배드민턴#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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