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50대 노예처럼 부리며 8년간 4870만원 가로챈 60대 구속

  • 동아일보

7일 오전 10시경 전남 여수시 여객선터미널 인근 도로에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이모 씨(51)가 쓰러져 있었다. 지나가던 주민 박모 씨(57·여)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이 씨는 병원에서 ‘영양결핍’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그는 “3일 동안 한 끼도 먹지 못하고 막걸리만 얻어먹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경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이 씨의 동거인 조모 씨(63)를 긴급체포했다. 조 씨가 이 씨를 노예처럼 부리며 돈을 챙긴다는 익명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이 씨는 2004년 3월부터 여수 시내에 있는 조 씨 명의의 영세민 아파트에서 조 씨와 함께 살았다. 두 사람 모두 미혼으로 가족이 없다. 두 사람의 동거는 조 씨가 여수 여객선터미널 인근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이 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전과 58범으로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운영한 경력이 있던 조 씨는 지적장애 증세가 있는 이 씨를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이었다. 조 씨는 이 씨의 주민등록을 자신의 집으로 옮긴 뒤 7년간 선원으로 12차례 취업시켜 184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또 2007년에는 이 씨 보호자로 자처하며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 기초생활수급비 1370만 원을 가로챘다. 심지어 조 씨는 2008년과 올해 이 씨가 폐지를 줍다 교통사고를 당해 받은 합의금 1660만 원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조 씨가 8년 동안 이 씨를 노예처럼 부리며 챙긴 돈은 모두 4870만 원. 그러다 지난달 20일경 조 씨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을 제대로 못하는 이 씨를 ‘일도 못하면서 많이 먹는다’며 꾸중했고 이 씨는 집에서 나와 폐지를 주워 끼니를 해결하다 탈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돈을 빼돌린 것은 맞지만 함께 나눠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경은 10일 조 씨를 준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 씨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지적장애인#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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