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공개 정도론 부족”… 전문가, 정부대책 미흡 지적
초범이라도 집행유예 말고 엄격하게 법 집행해야
정부가 2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성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책에 따르면 현재 동 단위까지만 공개되는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범위는 도로명 단위로 확대된다. 그러나 도로명만 공개해서는 신상공개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좁은 골목길에도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도로명만 갖고는 누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성범죄자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상정보를 아주 자세히 공개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미국은 1996년 제정된 ‘메건법’, 영국은 2010년 마련된 ‘세라법’을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거주지 아파트 동 호수까지 알리고 있다. ‘성범죄로부터의 사회안전망 확보’가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수정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포기하고 구체적인 주소는 물론이고 차량번호까지 공개한다”며 “성범죄 전과자 인권 보호를 이유로 형평을 맞추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거리 이름만 공개하는 것 정도로는 실효성이 낮다. 상세한 주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과 유포에 대한 형량 가중 역시 제대로 된 적용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엄포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6일 회의에서 미성년자를 이용해 음란물을 만들거나 이를 유포할 경우 10년 이상 징역형(현재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내리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형량 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범죄자라면 초범인 경우에도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는 등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얘기다.
김일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행유예 선고 시에도 일정 기간 구금하면 범죄자들이 그냥 풀려나올 때보다 자신이 저지른 반사회적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실감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며 “범죄자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규정을 손질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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