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어르신, 열대야에 어떻게 주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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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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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고흥군 관상마을 ‘안심이 믿음이’ 운동

전남 고흥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6일, 안심이 믿음이인 한 마을이장이 80대 할머니의 안부를 묻고 있다. 고흥군 제공
전남 고흥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6일, 안심이 믿음이인 한 마을이장이 80대 할머니의 안부를 묻고 있다. 고흥군 제공
26일 오전 7시 전남 고흥군 도양읍 관리 관상마을. 장종태 이장(73)이 마을회관 스피커를 통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낮에 논밭 일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타 지역에서 노인들이 폭염에 희생되고 있습니다”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관상마을 주민 30여 명은 대부분 80, 90대 노인이다. 장 이장도 마을에서는 젊은층에 속한다.

장 이장은 안내방송 뒤 정모 할머니(84) 등 홀로 사는 80세 이상 할머니 4명이 폭염에 별일 없는지 돌아봤다. 고흥에는 이날 올해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장 이장은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안심이 믿음이’ 중 한 명이다.

고흥군은 이장, 부녀회장, 주민 등 2641명이 폭염이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홀로 사는 노인 6000여 명에게 매일 전화를 해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살피는 안심이 믿음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장과 부녀회장 등이 홀로 사는 노인을 맡아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특히 폭염이나 강추위 때는 큰 효과가 있다. 전남도 등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의용소방대원들에게 ‘노인들을 관심 있게 챙겨 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남지역 인구 18.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 35만여 명이 폭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1만여 명에 이르는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고흥군이 지난해부터 안심이 믿음이 운동을 펼친 것은 이 지역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노인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고흥은 전체 인구 7만2607명 가운데 32.6%(2만3703명)가 65세 이상이다. 전체 노인 중 27.3%(6483명)가 홀로 산다. 고흥군은 홀로 사는 노인 전체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장기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도 확인했다.

김학수 고흥군 주민복지과장은 “안심이 믿음이 운동은 예산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시민운동”이라며 “가까이 사는 이웃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챙기는 것이어서 이웃끼리 정을 나누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관상마을#폭염#안심이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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