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참샘초 5학년 보람반의 미술 수업 시간. 김학서 교사(25)가 전자칠판에 띄운 미술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찾기 위해 학생들이 스마트 패드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황현숙 교사(40)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현상과 증거를 써보라고 얘기했다. 1학년 2반 학생들은 자신의 스마트 패드에 내용을 적었다. 잠시 뒤 황 교사가 전자칠판을 두드리자 학생 21명의 답이 전자칠판에 나타났다. 별의 일주운동, 백야 현상, 전향력…. 대부분 정답이었다. ‘조석 간만의 차이’와 ‘밤낮의 길이가 바뀐다’는 오답도 있었다.
황 교사는 예전에 배운 내용을 학생들이 대체로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전자칠판에 별의 일주운동을 보여주는 그림을 띄웠다. 그는 “보통 수업에서는 잘하는 아이들 몇 명만 눈에 띄기 쉬운데 전자칠판과 패드를 쓰면 각자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세종시 한솔동 한솔고 과학실의 모습이다. ○ 피카소 동영상 보여주니 이해도↑
한솔고는 올 3월 인근 참샘유치원, 참샘초등학교, 한솔중학교와 함께 개교했다. 이 학교들은 모두 전면적인 ‘스마트 교육’을 도입했다.
핵심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칠판과 학생 모두에게 나눠준 스마트 패드. 교사는 전자칠판에 그림과 동영상을 띄워 수업하고 학생들은 스마트 패드로 영어 단어를 검색하고 백과사전을 뒤적인다. 모두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수업의 장점을 3가지로 꼽는다. 학생과 소통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다양한 첨단자료를 마음껏 교실로 불러올 수 있다, 협력학습에 도움이 된다.
한솔고 김희순 교사(49)는 미술 수업에서 동영상 자료를 자주 쓴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는 피카소의 그림 ‘우는 여자’를 해설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김 교사는 “5분 정도의 동영상에 아이들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입체파 같은 딱딱한 용어로 설명할 때보다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쉽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참샘초 조찬우 교사(40)가 지도하는 학생 6명은 지난달 온난화와 대기오염을 공부하고 스마트 패드를 이용해 영상물을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파괴되는 북극을 다룬 ‘북극곰의 진실’이었다. 조 교사는 “스마트 기기를 쓰면서 협력 수업과 모둠별 수업이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 아직은 제한적 활용
스마트 수업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날 오전 10시 참샘초 4, 5학년 교실에서는 스마트 패드를 쓰는 수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5학년 여울반의 사회 수업 시간에는 전자칠판이 아닌 화이트보드에 ‘후삼국 통일’ ‘고려의 발전’ 같은 주제를 적어놓고 모둠별로 수업을 진행했다. 책상에는 여느 학교에서처럼 교과서와 공책이 놓여 있었다.
한솔중과 한솔고도 마찬가지였다. 한솔중에서는 8개 학급 중 2개 학급만 스마트 패드를 쓰고 있었다. 한솔고에서도 과학실에서만 스마트 패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조 교사는 “스마트 기기를 많이 쓰는 편인데도 지난 학기 스마트 수업은 60% 정도였다”며 “국어 과학 사회과목 등 자발적인 탐구와 조사활동이 필요한 영역에 스마트 수업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다른 교사들은 지난 학기 30% 이하를 스마트 수업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솔중 박지현 스마트교육부장은 “스마트 교육은 콘텐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프로젝트 수업 형태로 진행해야 해 개별 교사에게는 가혹한 수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1시간의 수업을 위해 많게는 5∼6시간을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빡빡한 진도를 따라가야 하는 중고교에서는 학습량 확보도 큰 걸림돌이다. 한솔고 황 교사는 “스마트 수업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아이들이 먼저 한계를 느끼더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3월 말 빅뱅이론에 대한 수업 시간에 쿼크 입자의 종류를 패드로 찾아보자고 했지만 학생들이 망설였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황 교사는 자신이 준비한 자료들을 전자칠판에서 보여줬다. 그는 “공개 수업을 살펴보고 ‘모든 수업에서 스마트 패드를 쓰느냐’는 걱정 섞인 질문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며 “스마트 수업은 참여율과 이해도가 높지만 수업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교육의 장점은 살리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스마트 교육은 학습 동기 유발과 수준별 수업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지만 모든 수업에 적용하긴 힘들다”며 “스마트 교실 하나를 구축하는 데 억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스마트 교육의 구현 방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콘텐츠 마련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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