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서울대 출신인데…”수억대 사기 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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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졸업사진까지..20년간 가족 친지도 몰라

20여 년 간 서울대 출신으로 행세하며 수억 원을 가로챈 40대가 경찰에 구속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보험사 지점장을 사칭, 동호회원들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43) 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씨는 동호회 등에서 활동하며 수익성 좋은 상품에 투자해주겠다며 박모(35) 씨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받는 등 14명으로부터 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교를 졸업한 김 씨는 가족에게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고 속이고 실제 1994년 졸업식에 참석해 학사모를 쓴 사진까지 찍었다.

최근에는 서울대 동창회가 만드는 인명록에 이름을 넣어 버젓이 행세해 왔다.

김 씨는 고교 졸업 후 보험회사 등에서 일했다. 3년 전 광주에 내려와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골프나 다이빙, 스키, 색소폰 동호회에서 회식비를 부담하는 등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스포츠클럽에서는 1000만 원에 달하는 장비를 현금으로 사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직원 회식비로 100만원을 빌려 쓰고 이자를 더해 140만원을 갚는 등 환심도 샀다.

피해자 가운데는 보험사 지점장으로 발탁시켜주겠다는 말에 직장을 잃기도 했다. 결혼을 앞두고 모아 둔 돈을 모두 빌려 줘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김 씨는 각종 동호회에서 총무 등을 맡아 회비를 가로채기도 했다.

특히 가족과 동거녀까지 김 씨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경찰이 전했다.

빌려간 돈을 갚아 달라고 하면 '로비자금으로 쓰여 표면에 드러나면 안 된다. 서울대 동창 중에 고위층이 많아 고소해봤자 실익이 없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도 김 씨가 서울대 출신이라고 믿는 피해자가 많아 피해액이 늘어날 수 있다"며 "학벌과 인맥을 과신하는 사회 풍토가 만든 범죄다.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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