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은 2006년 7월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뒤 학교는 물론이고 그 울타리를 넘어서는 수준의 개혁을 단행했다. 세계 최고의 대학과 과학기술을 향한 것이라는 그의 개혁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 위주의 독단적 개혁”이라는 비판의 수위도 높아졌다.
대표적인 개혁은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였다. KAIST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교수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2007년 8월 테뉴어 심사를 신청한 교수 38명 중 15명을 탈락시켰다. 이는 ‘교수 철밥통 깨기’라는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대학 개혁의 불씨를 당겼지만 일부 교수들은 “자의적 평가가 많았다”며 반발했다.
서 총장은 사회적 책임감 확립을 위해 면제였던 등록금을 성적에 따라 차등 부과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부담에 반발했고 지난해 1∼4월 학생 4명이 자살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결국 폐지했다.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하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 것도 학생과 교수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서 총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30년이 됐지만 원천기술이 하나도 없다”고 과학계 전체를 자극했다. 그는 “과학기술계에도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여론 악화를 자초했다. 정부의 연구소 통폐합 작업에 맞춰 2008년 4월 KAIST와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원의 통합을 추진해 ‘서남표 대 과학계’의 전선(戰線)이 넓어졌다. 연구기관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추진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연구소들은 ”졸속 통폐합으로 연구 기능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자동차 사업과 글로벌 프로젝트 등을 위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건의해 예산을 따내곤 했다. 관료사회의 관행을 따르다가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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