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자녀 인성교육과 소통‘밥상머리교육’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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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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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천천초 6학년 오은찬 군의 가족이 식사를 하면서 ‘우리 가족 행복 규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어머니 반경애 씨, 누나 오주은 양, 오 군, 아버지 오진택 씨.
경기 천천초 6학년 오은찬 군의 가족이 식사를 하면서 ‘우리 가족 행복 규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어머니 반경애 씨, 누나 오주은 양, 오 군, 아버지 오진택 씨.
어른과 마주앉아 대화하며 올바른 인성과 삶의 지혜를 배우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 최근 학교와 가정에서 ‘소통의 대안’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하는 일뿐 아니라 왕따, 학교폭력, 교실붕괴 등 학교현장의 문제를 푸는 데도 해법이 된다는 평가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웃으며 ‘교육’과 ‘소통’, 두 과제를 모두 실현하고 있는 밥상머리 교육현장을 찾았다.

○ 매주 일요일은 우리 가족 대화시간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 가족이 더욱 행복지기 위해 어떤 가족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아들)

“아무리 바쁜 경우에도 가족이 집에 들어오거나 밖에 나갈 때 현관문까지 나와 인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니? 가족과 반갑게 인사하며 집을 나서면 아버지는 일터에서 힘이 나고 은찬이도 등굣길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지지 않을까?”(아버지)

경기 천천초 6학년 오은찬 군(12)은 매주 일요일 점심이면 가족과 식사를 하며 특정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 대화 주제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규칙 만들기’. 가족이 각자의 일로 바쁜 탓에 서로 인사가 소홀해진 점을 아쉽게 여긴 오 군의 아버지 오진택 씨(43)와 어머니 반경애 씨(41)는 이날 ‘인사 반드시 하기’를 새 가족 규칙으로 정했다. 아버지는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인사 예절의 의미와 중요성’을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었다.

오 군 가족이 진행한 밥상머리 교육은 지금까지 총 8회. 오 군의 담임교사인 김지영 교사는 매주 일요일 대화 주제 한 가지씩을 문자메시지로 학부모에게 전송한다. △가족의 애로사항 듣고 위로하기 △좋은 친구가 되는 법 말하기 등 주로 가족과 친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제다. 김 교사는 “전교생 가정의 참여비율이 8주 만에 10%에서 90% 수준으로 상승했다”면서 “학생들이 학급규칙을 더 잘 지키고 친구를 배려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 교육효과가 금세 나타났다”며 흐뭇해했다.

○ 아버지와 단둘이 퀴즈 풀고 요리하고

강원 어론초 4학년 박준상 군과 아버지 박순 씨는 최근 ‘아버지와 자녀 동반 체험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원 어론초 4학년 박준상 군과 아버지 박순 씨는 최근 ‘아버지와 자녀 동반 체험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원 어론초 4학년 박준상 군(10)은 얼마 전 아버지 박순 씨(48·자영업)와 함께 홍천군의 한 농촌교육농장을 찾았다. 홍천교육지원청이 밥상머리 교육의 일환으로 주최한 ‘아버지와 사춘기 자녀 동반 체험활동’에 참가한 것. 박 군 부자는 △흑돼지 그림 그리기 △퀴즈 풀고 획득한 돼지고기로 요리하기 △강에서 물고기 잡기 등 활동에 참여했다.

이날 체험활동에서 눈에 띈 점은 자녀가 반드시 아버지와 단둘이 참여하는 것. 평소 자녀와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아버지들이 자녀와 살을 맞대며 예술활동, 요리, 놀이를 즐기는 시간으로 기획됐다.

아버지 박 씨는 “자녀를 때론 엄하게 교육하면서도 자녀와 소통이 잘 되지 않은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부모의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추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 교장선생님과 식사하며 친구하기

경기 오정초 채일형 교장은 밥상머리교육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눈다.
경기 오정초 채일형 교장은 밥상머리교육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눈다.
채일형 경기 오정초 교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배식을 받는 줄에 함께 선다. 점심식사를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오 교장의 중요한 일과.

이 학교 5학년 이지원 양(11)도 최근 교장·교감과 유미숙 담임교사, 박진영 영양교사 등과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가정과 학교에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얘기했다.

이 양은 “평소 학급회장으로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았고 이에 대한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채 교장은 “이 시간에는 조회 때 훈화하듯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학생들의 관심사와 고충을 듣는 데 치중한다”며 “학생들과 밥상을 마주하니 자연스레 소통의 문이 열리면서 다함께 친구가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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