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비만 오면 만날 물에 잠기는 곳인데 거기를 그대로 둔단 말이에요? 그럴 거면 뭐 하러 거기에다 만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수서역 인근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모 씨(54·여)는 2015년이 오기만을 기다려왔다. 고속철도 수서역이 문을 열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습 침수지역인 비닐하우스촌에 역사와 선로만 덩그러니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KTX 수서역이 생기면 주변에 백화점이나 호텔 같은 게 이것저것 생기는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임 씨는 말했다.
KTX 수서역 건설 사업이 종합적인 계획 없이 추진돼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 관련 기관은 “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KTX 건설사업을 주관하는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개통 시기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5년 KTX 개통을 국민과 약속했다”며 “역사 인근까지 개발하기 위해 약속을 깰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대로 역사 건설이 추진되면 수서역이 ‘도심 속 흉물’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는 이 지역의 개발에는 부정적이다. 결국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은 개발을 허가하지 않는 서울시를 탓하고, 서울시는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은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36년 스페인 내란에 참전했던 체험을 토대로 불후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KTX 수서역 건설을 추진하는 국토부, 철도시설공단, 서울시는 모두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수서역사 건설을 둘러싼 이 기관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과연 이들이 정작 국민은 뒷전인 채 자신들에게 최선인 선택만 주장하는 건 아닌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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