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연봉 5000만원에 고용… 돈 벌어주는 ‘錢복’ 덕분”

  • 동아일보

완도 전복양식 급성장… ‘가족연봉제’ 확산

“아들이라고 해서 봐주는 게 없어요. 연봉 안 깎이려면 열심히 해야죠.”

지난달 20일 전남 완도군 소안면 가학리. 점심식사를 마친 황봉현 씨(32)가 아버지 황영우 씨(59)와 함께 6.8t급 어장 관리선을 타고 전복 가두리양식장으로 향했다. 배로 5분 거리인 양식장에 도착한 봉현 씨가 그물을 들치고 10개월 정도 자란 전복을 살펴봤다. “어이 황 상무. 다시마 먹이는 언제 줬는가”. 영우 씨는 아들을 ‘황 상무’라고 부르며 이것저것 지시했다. 봉현 씨는 “아버지와 연봉제 계약을 한 뒤부터 어장일 만큼은 에누리가 없다”며 웃었다.

영우 씨는 아들과 3년 전 연봉제 계약을 했다. 수협에 다니던 아들이 직장을 접고 대도시로 나가려 하자 전복양식장에서 일하면 연봉 50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수협에서 연봉 2500만 원을 받던 영우 씨는 곱절이나 많은 연봉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영우 씨 가족은 전복을 키워 연간 1억5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산양식업의 새로운 노사경영 모델은 인근 어가에도 파급됐다. 소안면에서는 영우 씨처럼 일명 ‘가족연봉제’라는 경영방식을 도입한 집이 17가구나 된다. 맹선리 어촌계장인 이복두 씨(65)도 아들 봉준 씨(35)를 직원으로 두고 있다. 부산에서 자동차정비공장에 다니던 봉준 씨는 아버지가 연봉 39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자 13년간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복과 김양식으로 연간 1억 원을 버는 복두 씨는 “전복이 ‘돈 전(錢)’자를 쓴 ‘전복(錢福)’이 되면서 최근 3년 사이에 마을에서 13가구의 자식이 귀향했다”고 전했다.

완도군에서는 지난해 국내 전복 생산량 9224t의 80%인 7400t을 생산해 5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전복양식으로 연간 1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집도 564가구나 됐다. 2009년 어업인 615명과 완도군·완도수협이 전복주식회사를 만들어 생산과 유통을 일원화한 게 전복산업이 급성장한 비결이다. 설립 첫해 46억 원이던 매출액이 2010년 150억 원, 2011년 220억 원으로 늘었다. 김종식 군수는 “고소득을 보장하는 전복양식이 새로운 어촌 귀향모델로 떠오르면서 섬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에 전복양식이 활발한 섬에 어린이놀이터를 6개나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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