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포괄수가제 잠정 수용… 수술거부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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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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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의협 회장(왼쪽)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노환규 의협 회장(왼쪽)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하기로 하고 수술 거부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의료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료계가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결정했다가 수차례 번복하는 과정에서 국민 건강을 볼모로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의 발언을 포괄수가제 수용의 근거로 삼아 물러서는 모습 역시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 불리한 설문 결과 나오자 부인

노환규 의협 회장은 2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강행하려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잠정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노 회장은 기자회견장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등장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 의원의 요청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의협 집행부가 정부 정책에 불만을 쏟아내자 정 의원은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노 회장은 이 말을 듣고 “정 의원의 중재로 수술 거부 방침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의협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다음 달 1일부터 일주일간 응급 수술을 제외한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12일 선언했었다. 이후 비판이 잇따르자 의협은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고 국민이 포괄수가제를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수술 거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서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 거부 철회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의협이 갤럽에 의뢰해 국민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과반(51.1%)이 포괄수가제를 택했다. 현재와 같은 행위별 수가제를 택하거나(23.3%), 모른다는 응답(25.6%)은 훨씬 적었다.

그러나 노 회장은 이런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 회장은 “이런 설문조사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의협 회원들이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제시하며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포괄수가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고 말했다.

의협의 자체 설문조사지는 포괄수가제로 환자의 선택권이 박탈된다며 반대를 유도하는 식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결국 공신력 있는 조사에서 의협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정치인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대권주자와 협상하는 식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은 “제가 의사가 아니라 (진료수가 등) 가격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은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현행 구조가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의료계에 대해 호의적으로 얘기하자 노 회장은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가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되는 제도를 강행하려고 한다” “현재 의료정책에 대해 의결권을 가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의협에) 불리하게 구성돼 있으니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은 “이른 시일 내에 건정심 구성이 바뀌도록 노력하고, 포괄수가제 제도개혁단이 구성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노 회장은 “의원님의 말씀을 믿고 수술 연기를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아무리 대권주자라도 의료제도는 의원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환자의 건강이 달린 문제를 그런 식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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