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동서남북]“경제자유구역, 시험 보고 합격자 발표 미루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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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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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모 기자
이인모 기자
“애초부터 시험을 보지 말든지, 시험 다 보고 나서 합격자 발표를 미루는 것과 같지 않은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미루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한 4개 시도를 대상으로 평가를 마쳤다. 강원도에 따르면 4곳 가운데 강원 동해안권이 60.8점, 충북 오송이 60점으로 기준 점수인 60점을 채웠다.

그러나 정부는 5일 예정됐던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별다른 이유 없이 연기했다.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때도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어서 강원도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언제 이뤄질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반응으로 볼 때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물 건너간’ 것은 아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가 걱정하는 점은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과 충북 외에 경제자유구역을 신청한 곳은 경기와 전남이다. 강원, 충북과 비교해 인구수와 유권자도 많은 지역이다.

강원도 동해안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4년 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설악동은 피서철을 제외하곤 폐허나 다를 바 없다.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더불어 강원도 3대 현안 중 하나였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는 사실상 무산됐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강원 동해안 주민들의 상실감은 매우 크다.

강원 동해안에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약속이 이어져 올 들어 5월 말까지 32개 기업과 41조 원대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무산되거나 미뤄지면 해외 기업이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일정을 밝히고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경제를 논하는데 정치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최문순#강원도지사#경제자유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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