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신라시대 누각 ‘태화루’ 400년만에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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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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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불타… 지난달 31일 기공식
“복합시설 짓자” 등 반대여론도 만만찮아

울산 태화루 기공식이 지난달 31일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루 건립 예정지에서 열렸다. 옛날식 누각인 태화루 대신 시립 도서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의견도 많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루 기공식이 지난달 31일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루 건립 예정지에서 열렸다. 옛날식 누각인 태화루 대신 시립 도서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의견도 많다. 울산시 제공
신라시대 누각이었던 태화루 복원공사가 최근 시작됐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지 400여 년 만으로 2014년 3월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옛날식 단순 누각 대신에 울산을 상징하는 산업박물관이나 시립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시설로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 400여 년 만에 복원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년) 때 울산 태화사의 누각으로 건립됐다. 진주 촉석루와 밀양 영남루, 안동 영호루와 함께 영남의 4대 누각으로 불렸지만 임진왜란 때 불탔다. 태화루 터로 추정되는 중구 태화동 태화강변은 1976년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예식장 등이 들어섰다.

문화계를 중심으로 1990년대 초부터 태화루 복원운동이 일어나 울산시도 당시 예산 1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시는 “태화루의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복원계획을 중단하고 예산도 다른 용도로 돌렸다.

시는 2000년대 들어 다시 복원운동을 시작했다. 태화루 터로 추정되는 곳(중구 태화동 옛 로얄예식장 일원)에서 신라시대 기와가 발견돼 이곳을 태화루 터로 확정한 것이다. 이 일대의 토지 1만403m²(약 3150평)도 374억 원을 들여 매입하고 옹벽을 쌓는 등 지난해까지 복원 준비를 마쳤다. ㈜에쓰오일이 태화루 건축비 100억 원을 기부했다. 울산시는 지난달 31일 기공식을 열었다. 박맹우 시장은 “태화루가 복원되면 울산 문화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다른 시설을 짓자”

복원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도심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에 단순히 옛날식 누각만 짓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또 복원 예정지가 태화루 터라는 사실도 고증되지 않은 데다 태화루 형태도 알 수 없는 것이 이런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화도시 울산포럼 정창화 대표는 “태화루 터에 콘서트홀이나 전시공간, 또는 산업박물관을 짓자”고 제안했다. 태화루 건립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정명숙 씨(언론인)는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짓고 옥상을 태화루 같은 누각 기능을 갖춘 전망대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미술계 인사도 “현재 용지를 물색 중인 시립미술관을 짓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시는 지금까지 공청회만 한 차례(2007년 2월) 했을 뿐이다. 울산대에 의뢰한 설문조사(2006년 12월)도 태화루 복원 찬반 여부만 묻고 어떤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좋은지는 묻지 않았다.

특히 남아 있는 그림이나 자료가 없어 태화루가 어떤 형태인지 모른다. 그래서 영남루 건물 모양을 참고로 고려 말∼조선 초기 건축양식의 정면 7칸(길이 21.6m)과 측면 4칸(〃 11.4m)인 주심포(柱心包)식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태화루 ‘복원’이 아닌 ‘건립’인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태화루#복원공사#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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