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공원서 20대 대학생 피살… 수십차례 찌른 혐의 10대 검거
범행가담 20대 용의자도 추적
서울 신촌 번화가의 한 공원에서 치정 관계에 얽힌 고등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대학생이 온몸을 수십 차례 찔려 숨졌다. 경찰은 남자 고등학생이 15세의 여고생을 두고 이 대학생과 갈등을 빚다 또 다른 20대 남성과 함께 대학생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 10분경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창천근린공원(바람산 어린이 공원)에서 강원 지역 K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씨(20)가 흉기에 40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유력한 살해 용의자인 이모 군(16·고2)과 살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홍모 양(15·고2)을 붙잡아 수사 중이다. 또 다른 살해 용의자 윤모 씨(20·대학생)는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공원에 산책을 나갔던 목격자 정모 씨(35)는 오후 8시 43∼45분 산책로에 쓰러져 있는 김 씨와 김 씨 주위에 이 군과 대학생 윤 씨가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오후 8시 47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이 군과 윤 씨는 도주했고 김 씨의 시신도 사라진 상태였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오후 9시 10분경 처음 쓰러져 있던 곳에서 3∼4m 떨어진 풀숲 속에 쓰러져 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김 씨의 목과 배를 40여 차례나 찔렀고 이 중 4차례는 경동맥이 끊길 정도로 깊게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공원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8시 15분경 이 군과 윤 씨, 이 군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홍 양, 김 씨 등 4명이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목격자가 쓰러진 김 씨를 발견했을 당시 홍 양은 함께 있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볼 때 홍 양은 살인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 씨와 용의자 3명은 스마트폰 채팅방을 통해 만난 사이로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사이버 음악 밴드를 구성하면서 가까워졌다. 경찰 관계자는 “홍 양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이 군과 사귀고 있었고 숨진 김 씨와도 친하게 지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홍 양을 둘러싸고 두 남성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군이 밴드 멤버였던 윤 씨를 불러 김 씨를 함께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김 씨는 지난달 27일 강원도에서 서울에 있는 집에 왔다가 30일 오후 3시경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집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후 5, 6시경에는 친구 3, 4명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하던 중 채팅을 할 때 쓰는 ID 3개를 언급하며 “이들을 만나러 간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가 언급한 ID를 추적해 1일 오후 6시경 찜질방에 있던 이 군과 홍 양을 붙잡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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