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독극물 사건 일주일…포상금 걸었지만 수사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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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의 한 작은 산골 마을에서 발생한 상수도 독극물 투입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경찰 수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주민은 건강검진을 통해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한시름 놓았지만,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건 경위 20일 오전 충남 홍성군 금마면의 배양마을 집수장 상수도 물탱크 안에서 농약병 3개와 살충제 3봉지가 뜯어진 채 놓여 있는 것이 청소업체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상수도 집수장의 울타리와 물탱크의 잠금장치가 뜯겨나가고 부서진 점 등으로 미뤄 누군가 고의로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수도에 독극물을 살포한 것으로 추정됐다.

주민 일부는 보름 전부터 구토와 어지럼증이 있었다고 현지 조사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밝혀 독극물 투입이 이달 초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마을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이 이뤄졌다.

▽주민 건강검진 결과 25일 현재까지 배양마을 주민과 마을에 들렀던 친지 등 250여명이 홍성의료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두통이나 복통 등 일부 의심증상을 보인 주민은 있었지만 심각한 농약중독 증상을 보인 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원은 농약의 인체 흡수 여부를 가리려고 주민들의 혈액표본을 보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으며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이다.

홍성의료원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전체 주민에 대한 검사결과 일부 증상등으로 미뤄 인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인 소량의 농약성분에 노출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과수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주민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즉시 치료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수사는 제자리걸음 사건 발생 즉시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방청 인력 등을 포함한 30여명으로 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일주일째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용의자 유형을 추론하고, 농약 구입자를 탐문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자 용의자 제보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신고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한적한 시골이다 보니 마을주변에 CCTV나 통화기록을 확인하는 기지국도 없어 가가호호를 방문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탐문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을 주민 불안 상존 117가구에 23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서 상수도에 독극물이 살포된 데 대해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 마을 김종열(65) 이장은 "마을 주민 상당수가 우리가 마시는 물에 누가 몹쓸 짓을 했느냐라는 생각에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일부 주민은 불안감에예전에 쓰던 지하수를 다시 사용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나도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일부는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도 농약중독에 대한 걱정으로 개별적으로 병·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한 상수도는 청소작업을 완료하고 반복적인 수질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마을 주민과 협의해 사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차원에서 군에 광역상수도 설치를 요청했고, 군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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