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올해 첫 신입생 모집한 다문화학생 대상 공립 대안학교 ‘서울다솜학교’를 가다

  • 동아일보

국어 집중수업·실습중심 직업전문교육… 다문화학생에 꼭 필요한 교과 편성

《국내 초중고교에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발표한 ‘다문화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 전체 1만4654명이던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2011년 3만8678명으로 4년간 2만 4024명이 증가했다. 이에 교육현장에선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과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잖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언어문제로 일반 초중고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 일부 다문화가정 자녀는 외모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거나 심한 경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 창조관 6층에 있는 서울다솜학교(교장 문수남)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3월 처음으로 신입생 48명을 모집하고 수업을 시작한 이 학교는 일반고교에 진학을 포기하거나 중도에 고교를 그만둔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직업전문교육을 실시하는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공립 대안학교다.》
서울다솜학교의 KSL 수업장면.
서울다솜학교의 KSL 수업장면.
“데이터 저장장치인 CD에는 반복해서 데이터를 복사하거나 기록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고 지난 수업에서 배웠지요?”(이동석 교사)

12일 오전 10시 반 서울다솜학교 컴퓨터실습실에서는 ‘컴퓨터구조실습’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이동석 실과부장교사의 설명에 한 학생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교실 뒤편에 서 있던 또 다른 교사 한 명이 다가갔다. 학생이 ‘저장장치’ ‘반복’ ‘기록’과 같이 다소 어려운 단어의 뜻을 물어보자 교사는 이를 중국어로 설명해주었다.

○ 모든 수업에 ‘이중언어강사’ 배치

서울다솜학교에는 모든 수업에 이와 같은 ‘이중언어강사’가 배치된다.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다. 현재 이 학교에는 중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등을 전공했거나 이들 언어가 모국어인 이중언어강사 9명이 근무한다. 이중언어강사들은 수업 중간에 학생들이 단어나 용어가 어려워 미처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실시간 통역해준다.

이 부장교사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한국말이 서툰 탓에 수업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중언어강사의 도움으로 수업효율과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다솜학교는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한국 생활 중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1주일에 2시간씩 진행되는 국어수업 외에도 KSL(Korean as Second Language) 수업을 주 2시간씩 배정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방과후 한국어 수업’ 반을 개설하고 희망자에 한해 매일 1시간씩 KFL(Korean as a Foreign Language) 전문 강사의 수업을 진행한다.

이 학교 곽미란 교무부장교사는 “서울다솜학교에 입학하는 대부분 학생들은 한국거주기간이 짧게는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국어가 매우 서툴다”면서 “수학, 국사 등 다른 과목수업에서도 많은 내용을 가르치기보다는 한국어와 문화를 이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고 말했다.

○ 2014년 이전 계획…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 제공할 것”

이 학교에는 관광실습실(왼쪽)과 호텔실습실(오른쪽) 같은 실습수업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학교에는 관광실습실(왼쪽)과 호텔실습실(오른쪽) 같은 실습수업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울다솜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게끔 전문기술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컴퓨터미디어과와 호텔관광과(각 1개 학급)로 나뉘어 △멀티미디어 △컴퓨터 구조 △문화관광 △국제매너와 같은 전문교과 수업을 1주일에 13시간 진행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의 수업이 실습 위주로 이뤄진다. 호텔 프런트와 객실을 그대로 재현한 ‘호텔실습실’, 테이블 세팅 및 서빙을 배우고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관광실습실’, PC 20여 대가 배치된 ‘컴퓨터실습실’ 등 실습수업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2009년 중국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올해 이 학교에 입학한 호텔관광과 1학년 담소옥 양(18)은 “고객을 대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고 실제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실습수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 학교를 졸업해 관광가이드나 호텔 매니저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서울다솜학교는 2014년 서울 마포구 아현동으로 이전해 학교를 신축하고 시설을 더욱 확충할 예정.

이 학교 이춘근 교감은 “공간 자체가 협소한 탓에 실습수업을 위한 교과교실이나 미술실, 음악실 같은 교육공간이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 이전 뒤에는 학급 수를 늘려 더 많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실습에 필요한 기구를 확충해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서울다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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