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철이 없어도…” 의열사서 심야난동 중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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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서 소화기 분말 뿌려
학교 선후배 5명 불구속 입건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사적 330호) 관리인 박모 씨(38)는 9일 오후 8시 반 공원 내 의열사(義烈祠)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공원에는 백범 김구를 비롯해 윤봉길 안중근 등 애국지사들의 묘역이 위치해 있으며 의열사는 이들 7명의 영정이 놓인 사당이다.

행여나 불이 났을까 하는 걱정에 박 씨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타는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흰 소화기 분말만 연기처럼 자욱했다. 광장 바닥에는 소화기 6통에서 뿜어진 흰 가루가 온통 널려 있었다.

중학생 강모 군(13) 등 학교 선후배 5명은 이날 “문 잠긴 유적지에 들어가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의열사의 담을 넘기로 했다. 먼저 들어간 강 군이 안쪽에서 대문 빗장을 풀었고 내부로 침입한 일당은 사당을 멋대로 헤집고 다녔다. 이들은 문화재 화재 진압을 위해 사당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 6대를 허공에 분사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 공원 관리인 박 씨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0일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강 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는 “철없는 학생들이 애국선열의 영정 앞에서 한밤중에 법석을 떨었다”며 “김구 선생이 보셨더라면 뭐라고 했을지 참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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