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내하고… 식사 나눠주고 서울대 의대생 봉사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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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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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생 봉사활동 첫 의무화… 보라매병원 가보니

26일 오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는 서울대 의대 의예과 1학년 김예지 씨(왼쪽)와 김강산 씨(오른쪽). 김 씨는 “첫날이라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본과에 들어가기 전 직접 환자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오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는 서울대 의대 의예과 1학년 김예지 씨(왼쪽)와 김강산 씨(오른쪽). 김 씨는 “첫날이라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본과에 들어가기 전 직접 환자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환자 입장에서, 환자가 내게 와서 도움을 요청하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야 해요. 모르는 건 바로 물어보시고요.”

26일 오후 서울 보라매병원 관절척추전문센터. ‘친절하게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은 서울대 의대 의예과 1학년 김예지 씨(19)는 간호사가 설명해주는 주의사항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김 씨는 “일이 없을 때는 앉아서 쉬어도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도 복도에 서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병원 지리를 꼼꼼히 익혔다.

김 씨는 이날 수업을 듣기 위해 보라매병원에 왔다. 이번 학기부터 2012학번 신입생이 듣는 전공필수 과목에 봉사활동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는 이날 “봉사활동을 해야 본과에 진학할 수 있도록 내규를 바꿨다”며 “오늘(26일) 봉사활동 첫 수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의대에 따르면 올해 입학한 신입생은 1학기 전공필수 과목인 ‘의예과 신입생 세미나’에서 매주 2시간씩 11회, 총 22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 보라매병원 각 진료과에서 안내, 식사 배분 등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같은 활동을 한다. 또 정해진 22시간과 별도로 한 학기 동안 최소 1회 이상 행려병자 목욕봉사에도 참여해야 한다.

의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 시범운영을 거쳐 학생들이 한 학기에 소화할 수 있는 봉사활동 시간을 파악한 뒤 1학기 중 구체적인 규정을 정할 예정”이라며 “학생들도 적극적이어서 언제 봉사활동이 시작되는지, 추가로 목욕봉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의무화는 이번 학기부터 자연대 소속이던 의예과가 의대 소속으로 바뀌면서 교과과정 역시 의대가 담당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강대희 의대 학장 역시 취임 당시 “의대 학생들이 사회성과 봉사정신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종전까지는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 총 23학점을 들어야 했던 교양필수과목을 11학점만 듣도록 했다. 나머지 학점은 지도교수와의 개별 면담을 통해 인문대 사회대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심화된 강의로 채우도록 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재학 중 봉사활동을 필수로 해 의대생 시절부터 의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는 의예과 2학년 때 ‘봉사 1’ 과목을 수강해 2박 3일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하고 본과 2∼4학년에는 ‘봉사 2’ 과목을 수강해 총 48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증을 제출해야 한다. 중앙대와 가톨릭대, 아주대 의대도 봉사활동을 수업으로 정해 의무화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는 봉사활동을 하면 인턴 및 레지던트 지원 때 가산점을 준다. 다만 다른 대학이 봉사활동 확인증을 제출하도록 한 것과 달리 서울대 의대는 보라매병원 소속 교수들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고 확인한다.

서울대 의대 측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의예과 시절 봉사활동과 다양한 과목 수강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히고 의사가 된 뒤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인재로 교육하기 위해 이같이 교과과정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봉사#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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