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대구지역 서원 24곳 답사기 펴낸 이현경 씨

  • 동아일보

“아파트단지에 숨어있는 서원… 과거-현재 잇는 든든한 고리”

대구 달서구 상인동 낙동서원 앞에 선 이현경 씨. 그는 “대구의 속살 같은 서원이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 달서구 상인동 낙동서원 앞에 선 이현경 씨. 그는 “대구의 속살 같은 서원이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오천서원은 대구지역 서원 가운데 가장 깊은 산에 들어앉아 있습니다. 마른 수도승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홀로 좌선에 빠져 있을 것 같은 호젓한 산골 암자 같은 곳입니다.’ ‘수성구 황금네거리에서 동쪽으로 아파트 숲을 지나 고가도로를 오르지 않고 월드컵경기장 가는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 우방신천지타운 앞에서 U턴하여 오른쪽 산 아래로 들어가면 청호서원.’

홍보기획 전문회사인 ‘밝은사람들’에서 기획팀장인 이현경 씨(31·여)는 지난해 1년 동안 카메라를 메고 대구에 있는 서원(書院) 24곳을 주말마다 답사했다. 회사일을 하다 우연히 아파트단지 사이에 외딴섬처럼 외롭게 자리 잡은 서원을 발견하고 하나씩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는 발품을 팔면서 서원과 만난 애틋한 느낌을 최근 ‘대구의 서원이야기-빌딩숲 사잇길 따라’라는 책으로 펴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출판을 지원했다.

150쪽 분량에 직접 찍은 사진 126장을 곁들여 만든 책을 한 장씩 넘기면 이번 주말부터 한 곳씩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서원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간결한 시(詩)처럼 소개하고 느낀 점을 담아 마치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종이 위에 스며 있는 듯하다. “가운데 신천이 반짝이며 굽어 흐르고, 도시는 높고 낮은 건물들로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그는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뒤편 연암공원 비탈에 있는 구암서원에서 대구를 내려다본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달서구 이곡동 와룡산 자락에 있는 용강서원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이 묵은 기와집 옆으로 난 산길을 오르며 맑은 공기 속에서 건강을 챙겨왔지만 서원 담장 너머에 모셔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의 소리 없는 가르침은 얼마나 듣고 깨달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썼다.

이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서원을 보듬을수록 이곳이 지금 생활과 단절된 역사공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든든한 고리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서원의 그윽한 향기가 청소년들에게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 500권을 대구시교육청에 기증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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