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년]유족 지원 약속지킨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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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희생자 동생등 7명에 일자리… 현대차, 자녀 20여명 3년째 장학금

정준양 포스코 회장(왼쪽)이 2010년 5월 고 한주호 준위의 딸 슬기 씨(오른쪽)를 서울 강
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초청해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 포스코 제공
정준양 포스코 회장(왼쪽)이 2010년 5월 고 한주호 준위의 딸 슬기 씨(오른쪽)를 서울 강 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초청해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 포스코 제공
천안함 폭침 2년(26일)을 앞두고 천안함 승조원 유가족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나가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온전해야 기업도 번창할 수 있다’는 사회적 책임의 원칙을 실행에 옮기는 한화, 현대자동차, 포스코그룹 등의 따뜻한 손길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MIU(Men In Uniform·제복 입은 사람들)’와 유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 한화, “유가족 더 채용하겠다”


1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천안함 유족 중 7명이 ㈜한화와 한화테크엠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화 측은 “나머지 유가족들도 취업할 형편이 되면 언제든지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천안함 유족 채용 의사를 밝히고 실제 일자리를 제공한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2010년 3월 해외 인재채용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천안함 폭침사건 소식을 접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귀국길에 “방위산업체를 경영하는 그룹으로서 유족이 절실하게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한화는 천안함 성금으로 5억 원을 내놓았고, 유족 가운데 사망자의 직계 및 배우자, 사망자가 미혼이거나 부모가 없으면 형제자매 중 1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천안함 용사 46명 중 37명의 유가족이 취업을 희망했고, 자녀가 어리거나 당장 취업할 여건이 안 되는 가족을 제외한 7명이 현재 한화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 “헌신 잊지 않아 고맙다”


한화에 취업한 유족들은 약속을 지킨 회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 김종헌 상사의 막내 동생인 김종길 씨(33)는 지난해 7월 한화 경북 구미공장에 입사했다. 고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여읜 아픔을 겪은 김 상사는 대학 진학까지 포기하며 두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집안의 기둥이었다. 그는 결혼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돌잡이 아들을 두고 천안함과 함께 명(命)을 달리했다. 김 씨는 “한화그룹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반신반의했다”며 “약속을 그대로 지켜 놀랐고,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은 대충 얼버무리고 북한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치인들, 해군을 해적이라 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며 불편한 심경도 내비쳤다.

지난해 8월 한화에 입사한 고 심영빈 중사의 동생 심영수 씨(26)는 “유족들이 돈이나 밝히는 사람들로 오해받는 게 가장 싫었다”며 “일자리를 주는 한화가 유족들의 상처를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고 조지훈 상병의 아버지 조영복 씨(47)는 2010년 8월 아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인근의 한화 대전사업장 물류팀으로 직장을 옮겼다. 조 씨는 “가족들은 서울에 있지만 아들이 있는 현충원 근처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새 일에 몰두하면서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포스코그룹도 소매 걷어


현대차그룹은 2010년 20억 원의 성금을 기부하고 순직한 승조원 유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약속대로 3년째 매년 한 차례 초등학생 60만 원, 중학생 80만 원, 고등학생 120만 원, 대학생 400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20여 명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자녀를 꾸준히 지원하기 위해 재단의 장학사업으로 만들었다”며 “유가족에게 매년 두 차례의 문화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유자녀의 어려움을 더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천안함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순국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소속 한주호 준위의 딸 슬기 씨에게 2010년부터 매 학기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슬기 씨는 현재 대구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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