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캄보디아 나무는 국가소유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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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위해 투자하면 고수익 보장”
은퇴자들 9억 등친 40대 구속

은퇴 후 노후 설계를 고민하던 건설노동자 박모 씨(55)는 “캄보디아 고무나무에 3000만 원을 투자하면 높은 수익에 소유권도 보장한다”는 방송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연금은커녕 흔한 보험조차 없어 노후가 불안하던 차였다.

투자업체 대표 한모 씨(43)는 “캄보디아 ‘깜풍짬’에 있는 현지인 소유 고무나무 농장을 샀다”며 “1ha(약 3000평)당 4500만 원을 투자하면 수액 판매수익을 매달 지급하고 소유권까지 넘겨주겠다”고 했다. 박 씨는 고무나무가 훌륭한 노후대책이라고 생각해 3500만 원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박 씨처럼 은퇴를 앞둔 교사, 자영업자 등 15명은 2011년 11월까지 한 씨에게 모두 9억 원을 투자했다.

이들이 캄보디아어를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현지어로 작성된 ‘법인 존재 인증서’를 ‘토지 증명서’인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한 씨의 사기행각은 주한 캄보디아대사관이 지난해 말 경찰에 “캄보디아는 모든 고무나무 농장이 국가 소유인 만큼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하면서 들통이 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일 한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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