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경찰서가 러시아 선원 H 씨에게서 압수한 러시아제 MP-654K 가스 발사식 공기권총과 탄창. 부산 영도경찰서 제공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경호경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부산에 입항한 러시아 선원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공기 권총을 들고 부산시내를 활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12일 공기 권총을 갖고 국내에 입국한 혐의로 러시아 선원 H 씨(22)를 불구속 입건했다.
H 씨는 지난달 29일 5600t급 컨테이너선 엔진 수리를 위해 동료 19명과 함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부두에 입항했다. H 씨는 11일 선원 2명과 부산시내에서 쇼핑하기 위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상륙허가증을 받았다. 이날 오후 4시경 그는 러시아제 가스 발사식 공기권총인 ‘MP-654K’ 한 정을 허리춤에 숨기고 영도조선소 경비대를 통과했다. 권총에는 직경 2mm가량인 쇠구슬 5발이 있었다. H 씨는 호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발견한 택시운전사 신고로 오후 6시 반경 붙잡힐 때까지 국제시장과 남포동 일대를 2시간 반가량 돌아다녔다. H 씨는 경찰에서 “호신용으로 러시아에서 산 총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H 씨가 세관 입국 절차 없이 선박회사 부두를 통해 시내로 나간 것은 1995년 관세청이 주요 부두를 사용하는 민간 하역, 운송, 선박업체 등과 맺은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합의각서(MOU)’ 때문이다. 관세청은 밀수나 위험 물품 반입 가능성이 낮은 선박이 국내 부두에 들어올 때 선박회사, 운송업체 직원, 부두 관리인 등에게 세관 직원에 준하는 단속 권한을 줬다. 휴대용 금속탐지기 등도 지급했다. 하지만 이날 H 씨 등은 별다른 제지 없이 한진중공업 경비대를 빠져나왔다. 한진중공업은 “여권과 상륙허가증 등이 있어서 경비대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부산세관은 입국 절차를 밟는 과정에 세관 직원이 없고 과정도 단순했던 점 등 문제가 있어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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