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터줏대감 생애 엮어 도심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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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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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노인 23명 선정
구술 받아 생활문화 정리

3일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열린 생애사 쓰기 아카데미 개강식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3일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열린 생애사 쓰기 아카데미 개강식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내 삶이 역사 이야기로 만들어진다니 꿈만 같소.” 대구 중구 남산동의 터줏대감 권영섭 할아버지(108)는 요즘 기억을 더듬어 옛날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중구청이 처음 운영하는 ‘생애사(生涯史) 쓰기 아카데미’ 참가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구술(口述)하면 자원봉사자가 글로 쓴다. 그는 “학생시절 3·1만세운동과 보이스카우트 창립 회원으로 활동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구도심재생문화재단이 지역 근현대사를 함께한 주민들과 도심 재발견 사업을 시작했다. 3년간 100명을 발굴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재조명할 계획이다. 지난달에 23명을 선정했다. 30년 이상 중구에 살고 있는 주민이며 나이는 대부분 70, 80대이다.

3일 열린 첫 강의에는 18명이 모여 생애역사쓰기에 대한 공부를 했다. 박관 씨(70)는 “90대 중반인 어머니께서 동산병원 선교사에게 성경을 배우고 간호사로 근무해 당시 생활상을 많이 알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어머니의 생애를 역사로 잘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청구대 설립자 최해청 선생(1905∼1977)의 아들 최찬식 씨(86)는 어릴 때 이웃으로 살았던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 등 계산동 일대 기억을 기록할 계획이다.

강의는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열린다. 김명주 중구 도심재생팀장은 “주민들의 삶이 곧 역사이자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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