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아파트에 깎이고… 등산객에 밟히고… 울산 문수산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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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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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문수산 정상에 한 산악회가 세운 표지석을 울주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하고 있다. 울주군 제공
울산 문수산 정상에 한 산악회가 세운 표지석을 울주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하고 있다. 울주군 제공
울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수산(599m)이 신음하고 있다. 진입로 주변으로 대단위 아파트 건설공사가 최근 시작되고 정상에도 갖가지 인공 구조물이 무분별하게 설치됐기 때문이다. 문수산은 울산 남구 무거동과 울주군 청량면에 걸쳐 있는 도심 근교 산으로 울산시내에서 승용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어 주말과 휴일에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토요일인 3일 오전 문수산 차량 진입로인 울주군 청량면 원예농협 입구. 등산을 위해 진입하려는 차량과 등산을 마치고 빠져 나오는 차량이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원예농협 창고∼영해마을 600여 m 구간에는 이달 중순부터 철제 가림막이 설치되면서 진입로를 1m 이상 잠식해버렸다. 평소 차량 두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이 도로는 가림막 때문에 한 대도 지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철제 가림막은 울산도시공사가 아파트 건축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울산도시공사는 이 일대 19만3120m²(5만8470여 평)에 지하 2층 지상 14∼24층, 15개동 1189채 규모의 보금자리주택을 내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이곳 진입로는 도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림막 탓에 극심한 혼잡이 불가피하다. 김모 씨(50·울산 남구 신정동)는 “당장 아파트 공사에 지장이 없다면 차량 진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림막을 뒤로 물려 설치하면 등산객의 불편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문수산 정상도 훼손되고 있다. 정상에는 높이 10m 크기의 방송용 철제 안테나가 20여 년 전부터 세워져 있다. 안테나 주변으로는 철제 울타리(높이 3m)가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등산객들은 정상을 밟지도 못하고 울타리 주변에서 경치를 감상해야 한다. 최근에는 울산의 한 산악회에서 높이 2m의 표지석을 마음대로 설치했다가 울주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울주군은 84억 원을 들여 문수산 등산로 진입로 2.3km 구간을 현재 4m에서 8∼15m로 확장하고 도로 옆으로 270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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