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사업 실패 후 자살도 생각했지만…”류권형씨 선행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적십자 구구콜 봉사회를 만들어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권형 씨(왼쪽)가 최근
홀몸노인을 찾아 성품을 전달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적십자 구구콜 봉사회를 만들어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권형 씨(왼쪽)가 최근 홀몸노인을 찾아 성품을 전달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류권형 씨(53). 그는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일하는 대리운전사다.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10년 넘게 음료대리점을 하다 거래처에 돈을 떼이고 보증을 잘못 서 2003년 부도를 맞고 말았다. 세 식구의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세상을 등지려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물론 가족들 힘이 컸다. 2005년부터는 대리운전으로 새 삶을 꾸리고 있다.

류 씨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수입 중 일부를 떼 적십자사를 통해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적십자 구구콜 봉사회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도움을, 그늘진 곳에는 밝은 빛을 전해주고 있다.

그의 사회봉사활동은 소년소녀가장 돕기 및 결연, 청소년장학사업, 무의탁 노인 성품 지원, 경로당 어른들을 위한 음식 제공, TV 기증, 어려운 이웃 생계비 지원, 홀몸노인 생일상 차려드리기 및 무료 도시락 배달, 경로잔치, 효도관광, 야간 청소년보호활동 등 끝이 없다.

2010년 중구 남포동 ‘헌혈의 집’에서 대리운전 배차시간을 기다리면서 시작한 헌혈은 벌써 31회나 기록했다. 최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장 은장을 받았다. 그는 30년 선행이 알려지면서 동구 애향대상, 부산시장 표창, 부산지방경찰청장 감사패 등을 받기도 했다.

봉사활동이 일상생활이 된 그의 버팀목은 가족. 급식비와 등록금을 내지 못해 힘들게 사춘기를 보낸 딸(23)은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들(27)은 최근 한 중견기업에 취직했다. 식당 일을 나가는 아내(52)는 얼굴을 못 볼 때가 많지만 가장 믿음직한 후원자다. 류 씨는 “우리 곁에는 어렵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바이러스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적십자회비 집중모금 기간에 정기후원자가 늘고 있다. 21일 현재까지 전년도 동기 대비 292건에서 477건으로 163% 늘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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