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급 투수가 눈치 못채게 초구 볼 던지는건 식은죽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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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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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승부조작 가능한가… 전문가들에 들어보니

프로야구 LG 투수 박현준(26)이 생애 최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아직 드러난 사실은 없다. 프로배구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한 브로커가 “박현준과 접촉해 가담을 제안했다”고 진술한 게 전부다. 야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섣불리 단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경기 조작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반면 많은 팬들은 관련 사이트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며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박현준은 팬들이 의심할 만한 투구를 했을까.

브로커는 불법 베팅 사이트의 한 항목인 ‘첫 이닝 볼넷’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팀과 B팀이 대결할 때 어느 팀이 볼넷을 먼저 얻어내느냐를 두고 베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A팀이 볼넷을 먼저 얻는다는 데 걸면 B팀 투수, B팀에 걸면 A팀 선발 투수 어깨에 돈을 따고 잃는 게 걸려 있는 셈이다.

박현준은 지난 시즌 1회 선두 타자에게 3차례 볼넷을 허용했다. 홈 팀 선발 투수로 등판한 1회 초에 2차례, 방문 팀 선발로 출전한 1회 말에 1차례였다. 그는 지난 시즌 27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1회 선두 타자를 27번 상대해 볼넷을 3개 내준 것은 별로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1회 선두 타자에게 그보다 볼넷을 많이 허용한 투수도 있다. 선두 타자가 아닌 1회 전체에 허용한 볼넷 수를 보면 박현준은 12개로 투수 전체 가운데 공동 5위다. 역시 적지는 않지만 놀랄 만한 숫자는 아니다. 박현준의 지난 시즌 볼넷은 총 68개다. 1회에 내준 12개는 전체 볼넷의 18% 정도다. 리그 전체 평균인 13.6%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시즌 선발로 뛴 경기에서 평균 6이닝 정도를 소화해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한 이닝 볼넷 평균이 16.7%에 해당된다.

누리꾼이 자주 언급하는 또 다른 항목은 ‘초구 볼’이다. 선발 투수가 1회 선두 타자에게 던지는 첫 번째 공이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를 맞히는 것이다. 선두 타자가 초구를 때릴 경우 다음 타자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박현준은 지난 시즌 홈경기에서 10차례 선발로 나왔다. 초구가 볼은 6개, 스트라이크는 4개였다. 17번의 방문경기에서는 초구 볼이 12개, 스트라이크가 5개였다. 유난히 방문경기에서 초구 볼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투수 출신의 한 해설위원은 “에이스급 투수가 눈치 채지 못하게 초구로 볼을 던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다만 1회 선두 타자를 상대로는 아무래도 심리적 압박을 더 받기 때문에 평소처럼 제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설위원 역시 “1회 선두 타자를 상대할 때는 부담감이 크다. 볼을 던졌다고 해서 의심스럽게 볼 일은 아니다. 야구는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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