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부산 기장군, 그리고 이 지역 주민이 7년간 갈등을 빚어온 신고리원전∼경남 북부지역 간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송전선로 공사를 반대해온 기장군 정관면 주민들이 한전과 협상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남 밀양에서는 철탑 공사를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70대 농민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가운데 백지화 대책위가 출범하는 등 갈 길이 먼 상태다.
○ 기장주민 “한전과 협상 희망”
‘765kV송전선로 백지화 정관대책위원회’는 “4일 정관면사무소에서 송전선로 공사와 관련한 주민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한전과 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한다’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이날 사무실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한전과 지역주민협력사업을 추진하되 최대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협상하기로 의결했다.
한전은 2007년 12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하는 전력을 수송할 신고리원전∼경남 북부지역 간 765kV 송전선로 건설계획을 정부에서 승인 받아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기장군 임야 1만3900여 m²(약 4200평)를 철탑공사 건설자재 야적장과 진입로로 사용하게 해 달라’며 기장군에 개발행위 허가신청을 했으나 군은 주민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한전은 기장군을 상대로 ‘개발행위 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이겼다. 그런데도 기장군이 계속 허가를 내주지 않자 한전은 공사 지연 손해배상금 지급 신청을 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기장군은 송전선로 공사를 인가하지 않으면 10일부터 하루 500만 원을 한전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주민들은 송전선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자 2006년부터 건설 반대 집회에 나섰다. 그동안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대규모 집회만 10차례 이상 열었다. 이와 관련한 소송도 10건에 이르고 2건은 진행 중이다.
기장군은 “주민합의가 된 만큼 송전선로 공사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한전과 주민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최규택 한전 경인건설단 기장사업소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공공시설물 건립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장군 구간에는 송전철탑 33기가 세워질 계획이다. 현재 16기는 완공됐고 3기는 공사 중이다. 정관면에 계획된 14기는 주민 반대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 밀양엔 ‘백지화 대책위’ 출범
‘핵발전소확산반대 경남시민행동’ 등 경남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밀양송전철탑 백지화 경남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송전철탑 계획이 무산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펴기로 했다. 밀양에는 전체 철탑 161기 가운데 가장 많은 69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밀양 농민 이치우 씨(74) 장례가 늦어지는 가운데 밀양지역 주민들은 “분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한전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6일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은 이 씨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주민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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