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고장 사고난 날 요금 올린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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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사고에 택시 민원까지…난감한 서울시

서울시가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한다고 발표하기로 한 2일 오전. 한파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고장과 탈선으로 아수라장이 돼 시민이 큰 불편을 겪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열차 탈선과 지연 소식을 듣고 황급히 현장으로 뛰어가는 바람에 오전에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이 오후로 미뤄지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시는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요금을 올렸고 안전과 서비스를 개선해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출근길 대란을 겪은 시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1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김유진(29·여)씨는 "언론에서 최악의 한파라고 예고를 했는데도 이런 사고를 막지 못했다니 황당하다"며 "시스템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 채 요금부터 올린다는 정책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널A 영상] “출근해야 하는데 ‘무한대기’ 하라니?” 1호선 정지사고 현장

주부 이자경(55) 씨도 "오늘 뿐 아니라 역주행이다 뭐다 해서 연일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 요금을 인상한다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오늘 사고들은 코레일 소속 전동차에서 발생해 우리로서는 조치할 방법이 없다"며 "시민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를 텐데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원래 시청 브리핑룸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대회의실로 장소가 변경됐다.

박 시장의 동선을 미리 파악한 개인택시 면허발급 대기자 20여명이 1일 오후부터 브리핑룸 앞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가 13년간 법인택시 근로자들의 개인택시면허 접수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고 있다. 박 시장에게 직접 면허 발급을 촉구하겠다"며 밤을 꼬박 새웠다.

서울시는 4년 10개월간 동결된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강경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지하철 사고와 또 다른 대중교통인 택시의 민원으로 인해 요금인상 발표일부터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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