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언제 하냐” 친척들 등쌀에 젊은층도 ‘명절 스트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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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A 씨(31)는 이번 설에 고향인 대구를 다녀온 뒤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친척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냐?",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물을 때면 "내가 뭘 준비하면서 공부하는지 친척들이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질문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내 우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공부하다 낙방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한 그는 "서른이 넘었는데 직장이 없다는 자격지심에 명절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과까지 찾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과 과도한 주방일 등으로 주부들이 겪는 병의 대명사 격이었던 명절증후군이 최근에는 취업난과 스펙경쟁에 시달리는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스펙 쌓기 경쟁에 시달리다 간만에 고향에 내려갔지만 "취업은 언제 하냐" "누구는 어디에 입사 했다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서울로 올라와 상담소를 찾는 20~30대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B 씨(28·여) 역시 명절 동안 계속 부모님과 다투고 난 뒤 서울 강남의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B 씨는 유학을 가서 더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부모님은 "(더 이상 학비를 대주는 건) 택도 없다"며 "취직을 하든지 선이나 보라"고 B 씨를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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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을 하고 있는 라파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청년층 상담 사례가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상담한 것을 일일이 통계로 내기는 어렵지만 예전에는 명절이 끝난 뒤 과도한 집안일에 스트레스를 받아 찾아오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이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증세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젊은층의 상담 증가는 사회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은 친척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고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담만 받고 끝나는 정도가 많지만 심한 경우에는 처방이 필요한 때도 있다"고 말했다.

조숙행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주부가 명절 스트레스의 주 대상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명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스트레스가 심할 때에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승헌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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