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서울대’ 역행… 슬그머니 학장 직선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 “직선제 제한한 법인 정관 취지에 어긋나” 지적

지난해 12월 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가 최근 단과대학장 선임 과정에서 평교수들의 직접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놓고 총장과 학장의 직선제를 제한한 법인 정관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표를 통한 학장 선임은 지난해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 시안을 통해 총장간선제, 학장공모제를 권고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서울대 사범대는 “1월 초 투표를 통해 신임 학장후보 2명을 선정해 서울대 본부 측에 전달했다”고 최근 밝혔다. 추천을 통해 후보 4명을 선정하고 교수들의 투표로 후보군을 2명으로 좁힌 뒤 이들에 대한 투표를 다시 진행했다. 그 뒤 투표 결과는 집계하지 않고 후보 2명의 이름과 밀봉된 투표함을 임명권자인 오연천 서울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사범대 관계자는 “선거를 했다기보다는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며 “이 같은 방식이 앞으로도 사범대학장 선임에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투표를 진행하고 그 결과가 담긴 투표함을 총장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새 학기에는 사회과학대 신임 학장 선임도 예정돼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대 관계자는 “건강 문제로 입원한 오성환 학장을 대신할 신임 학장을 3월경 선임할 것”이라며 “사회대의 기존 전통대로 선거 방식을 통해 선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는 법인화 후 새 학칙이 정비되지 않아 학장 선임 규정도 없다. 그러나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해 직선제를 제한하고 있다.

교과부는 총장 및 학장직선제가 국립대 개혁 및 효율화를 막는다고 보고 있다. 총장 혹은 학장이 선거 이후 자신을 지지한 교원들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대학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단과대와 일반 교수들은 법인 출범 이후 대학 자율성을 유지하고 대학 운영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직선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법인 정관 수정 과정에서 각 단과대와 학장회 등이 ‘총장 선임 과정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점을 명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각 단과대의 교직원 수가 크게 차이 나는 만큼 학장 선임 방식은 각 단과대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투표로 학장을 뽑는 것은 법인화 취지에는 맞지 않지만 학칙이 없는 상태에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2월 말경 학칙이 완비될 때 학장 선임 규정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총장직선제 유지 땐 대학평가서 불이익 준다▼

구조개혁 대상 선정때 반영… 외부인사 학장공모제 도입

올해부터 국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총장의 대학운영 성과목표제가 도입된다. 교원이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 성과급적 연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세부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확정 발표한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뼈대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대학에 이익을 주고 유지하는 대학에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대학들이 총장 선출제도를 자발적으로 개선하게 한다는 것.

교과부는 올해 9월 평가결과 하위 15%에 해당하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상 국립대’를 선정할 때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점수화해서 반영할 방침이다. 또 4월에 재정 지원사업인 ‘교육역량 강화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에도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반영한다. 직선제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하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총장 직선제는 1991년부터 국립대들이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거의 모든 국립대에서 운용하고 있지만 파벌 싸움과 재정 낭비 등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립대 총장이 교과부 장관과 성과 계약을 맺고 이행 실적을 해마다 평가받아 예산에 반영하는 ‘대학운영 성과목표제’도 도입한다. 총장들은 4년 단위의 성과목표와 1년 단위의 성과계획서를 장관에게 내야 한다.

단과대에도 학장 공모제를 시범 도입해 능력 있는 외부 인사가 단과대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창원대가 국립대에서는 처음으로 학장 공모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한국교양교육센터를 활용해 융·복합 교양교육과정과 교육자료를 개발 보급하며 대학마다 1년 3학기제, 4학기제 등 다양한 학제를 운영하도록 했다. 회계 제도에 복식부기와 클린카드제를 도입해 투명하게 만들고 교직원에게 지급하는 보조성 경비는 폐지할 방침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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