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너마저 뒤로가면… 영등포역 지나쳐 ‘공포의 12분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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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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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지나서야 보고

KTX 열차가 정차 역을 지나쳤다가 다시 승객을 태우기 위해 12분 동안 역주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역주행 사실을 10시간 넘게 감독 부처인 국토해양부에 보고하지 않는 등 열차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열차 운행을 통제하는 관제 기능을 코레일에서 분리할 방침이다.

○ 사상 초유의 ‘KTX 후진’


3일 코레일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 3분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KTX 357호 열차가 정차 역인 영등포역을 2.6km 지나쳐 국철 신도림역 인근 선로에 정차했다. 이 열차는 오후 7시 11분 영등포역에 정차해 승객을 태워야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후 기관사는 관제센터에 연락해 후속 열차를 모두 정지시킨 후 영등포역까지 같은 선로로 역주행했다. 해당 기관사는 사전에 열차 운행정보를 확인하고도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은 “왜 열차가 돌아가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열차는 당초 영등포역 출발 시간인 오후 7시 13분보다 13분 늦은 오후 7시 26분이 돼서야 승객 108명을 태우고 출발했다.

코레일 운전규정에 따르면 △선로 또는 열차에 고장이 발생한 경우 △공사열차, 시험운전열차, 제설열차를 운전하는 경우 △그 외에 운전상 부득이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열차가 역주행할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의 영등포역 정차 횟수가 하루 네 차례에 불과해 기관사가 순간적으로 정차 역을 착각했다”며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부득이한 경우로 보고 역주행시켰다”고 말했다. KTX가 정차 역을 지나치는 바람에 역주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항공 통제 방식으로 철도 관제


코레일이 사고 발생 10시간이 지난 3일 오전 5시에야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사고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늑장 보고’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다음 날 오전 5시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며 “통상 선행열차 장애 등에 따른 역주행은 즉각 보고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사고에 가까운 상황이라 보고가 늦어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열차 운행과 관제를 모두 코레일이 맡고 있는 점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올해 안에 열차 관제권을 독립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1∼6월)에 코레일에 철도 관제를 위탁하는 내용이 담긴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앞으로 개별 운항은 항공사가 맡지만 관제는 국토부 항공관제센터가 총괄하는 항공교통 체제를 따르겠다는 의미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운행사인 코레일이 관제까지 맡는 지금 체계는 안전에 문제가 많다”며 “새로운 산하기관을 만들거나 철도시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에 관제권을 위탁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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