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 재능기부 “퇴근 후 소외계층 아이들 지도 기쁨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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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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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광양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전남 광양시 성황동 광양공공도서
관 2층에서 차상위계층 가정 자녀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광양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전남 광양시 성황동 광양공공도서 관 2층에서 차상위계층 가정 자녀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공
“박사 아저씨들이 수학 원리부터 쉽게 가르쳐줘 이해하기 정말 쉬었어요. 학원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전남 광양시 중동중 2학년 김모 군(14)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독특한 수학 수업을 받았다. 김 군 등 광양지역 차상위계층 가정 자녀 9명은 매주 화·수요일 오후 2시간씩 광양시 성황동 광양공공도서관 2층에서 23차례 수학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연구기관인 광양기술연구소 직원들이다. 광양기술연구소는 신제품 개발, 기술 혁신, 설비 실험 등을 하는 광양제철소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 대부분은 이공계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연구원이다. 이들 연구원 240명 가운데 40명이 광양지역 소외계층 자녀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학 재능 기부를 총괄하는 손형준 수석(45)은 “2009년부터 광양지역 중학생들에게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며 “단순히 수학을 가르치기보다 인생 상담을 하는 멘토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기술연구소에서 재능 기부 참여가 늘면서 출장을 간 연구원을 대신해 수업을 진행하는 지원반까지 운영되고 있다.

곽영진 광양기술연구소 포스코티-D 연구원(43)은 “지난해 1학기에는 수학 점수가 평균 30∼50점에 불과하던 학생들을 4개월 동안 가르쳤더니 평균 80점까지 점수가 올랐다”며 “연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작은 나눔을 실천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대학원 재학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광양기술연구소는 올 1학기에도 수학 수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광양제철소에는 퇴근 후 소외계층 학생들을 지도하는 직원이 많다. 도금부 엔지니어 8명은 2009년 5월부터 화·목요일마다 광양시 진상면사무소에서 진상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박현수 진상면장은 “학원이 없는 마을에 젊은 엔지니어의 재능 기부가 큰 활력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압연설비그룹 엔지니어 13명도 지난해부터 광양시 광양중 학생들에게 매주 화·목요일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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