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살한 대구 중학생 “부모님 욕은 하지마”… 벼랑끝서도 외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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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학생 문자에 보낸 답장 20통 살펴보니…

“벌레만도 못한 새끼야.”(오후 9시 13분, B 군)

“○○ 잘못했어. 그래도 나 오늘 잘했잖아.”(오후 9시 11분, A 군)

“니(너) 내일부터 학교에서 애들한테 똥파리라고 불리게 될 거다. 싫으면 지금 당장 해라.”(오후 9시 21분, B 군)

“똥파리라고 제발 하지 마라.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마. 부탁이야 제발.”(오후 9시 22분, A 군)

“야, 이 ×새끼야 ㅋㅋㅋㅋㅋ”(11월 29일 오후 11시 53분, B 군)

이후 18초 사이에 같은 욕설이 6번 연속 등장…….

“니(너) 진짜 사람 부모님까지 들먹이면서 욕하지 마라.”(11월 30일 0시 21분, A 군)

▶ (영상) “니 내일 죽인다” 자살학생이 받은 문자메시지

급우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20일 오전 8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D중 2학년 A 군이 가해 학생인 B 군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일부다.

26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A 군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답장 메시지는 20통. 가해 학생의 압박이 점점 수위를 높여 가던 지난달 27일 일요일 오후 8시 반경 가해자의 전화(문자)를 기다린다는 대답을 시작으로 이달 15일 목요일 오후 10시 19분 “할게”라며 체념하는 듯한 대답이 마지막이다.

○ “잘못했어, 제발 부탁이야”

A 군의 대답에는 괴롭히는 급우의 위협을 혼자 감당하려는 몸부림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잘못도 없으면서 ‘제발 기회를 달라’고,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A 군은 무엇보다 자신을 ‘똥파리’라고 부른 것과 가족에 대한 비하를 못 견딘 것으로 보인다.

지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B 군이 “니(너) 지금 우리 집 앞으로 온나(와라). 튀어(빨리) 와라”고 하자 A 군은 “잘못했어, 제발”이라고 하소연했다. A 군은 운동을 잘하는 형에게도 아무 도움도 청하지 못했을 정도로 불안에 갇혀 있었다. 그는 “(새벽) 2시까지 계속(게임을)해라. 똥파리보다 못한 놈”이라는 B 군의 문자에 “똥파리라고 제발 하지 마라”라고 애걸하는 답장을 보냈다.

A 군은 가족을 욕하는 B 군의 말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거듭되는 요구와 욕설에 A 군은 “부모님까지 들먹이면서 욕하지 마라”고 저항했다. 이후에도 A 군은 “제발 한 번 더 기회를”(12월 12일 오후 7시 반) “아 제발, 제대로 하면 되잖아”(14일 0시 1분) 같은 절규에 가까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벼랑 끝으로 내몰리다

올 9월부터 숨지기 전날까지 A 군에게 보내진 가해 학생의 문자메시지는 273통. 9월 41통을 시작으로 10월 94통, 11월 68통 그리고 이달 19일 밤까지 70통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졌다. 평일(124통·45.4%)보다 주말(149통·54.6%)에 더 집중됐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협박문자(135통·49.5%)가 쏟아졌다. 그리고 메시지 하나하나는 그의 목을 조였다. 9월 첫 문자는 추석날 오전 9시 38분에 온 “니(너) 거짓말한 거, 니(너) 스스로 제대로 말해봐라”였다. 오전에 시작한 메시지가 다음 날 밤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A 군은 지난달 27일 전까지는 문자에 답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닥치고 좋은 말로 할 때 해라” “내가 죽일 거니까 니 혼자 디지지(뒈지지) 마라” “수작부리지 말고 억울해도 해라” “살고 싶으면 해라. 이 똥파리 새끼야” 식의 위협이 가해지자 더 버티지 못했다. 이달 15일 저녁 “할게”라는 답장을 마지막으로 보낸 뒤에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A 군은 숨지기 이틀 전인 18일 온 “니(너) 내일 죽인다” “내가 시킨 거 안 하면 내일 찍소리 말고 맞아라” “닥치고 내일 소리 내기만 해라” “알았냐고” 같은 문자에 숨이 막혔던 모양이다. 19일 오후 11시 반경에는 “알았냐고” “하라니까” “야, 대답 안 하나”란 문자를 받았다. A 군은 결국 문자를 보내는 대신 밤새도록 쓴 긴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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