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낙훈 순경, 자신이 찔린 사실도 모른 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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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 중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이낙훈(33) 순경은 14일 "처음엔 찔린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병실에서 기자와 만난 이 순경은 이동식 링거 걸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두 발로 서 있는 상태였다.

그는 "수고하십니다"라고 먼저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병실에는 환자 2명이 쓸 수 있는 2개의 침대가 있었지만 이 순경 혼자 쓰고 있었다.

하루 전만 해도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가 찾았지만 이날은 기자가 지켜본 2시간동안 1명도 찾지 않을 정도로 위문객의 발길이 뜸했다.

이 순경은 지난 12일 나포작전 당시 중국인 선장 청모(42)씨가 혼자 남아 저항하고 있던 조타실에 5명의 해경 나포조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갔다 참변을 당했다.

청씨가 마구 휘두른 길이 25cm 흉기에 복부를 찔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찔린 사실도 모른 채 뒤따라 조타실에 들어간 고(故) 이청호 경사가 흉기를 맞고 쓰러지자 그의 부축을 도왔고, 중국어선이 계속 질주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 가장 먼저 조타기를 잡았다.

이 순경은 찔린 지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동료에게 "형, 나도 찔린 것 같아"라며 부상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헬기로 곧장 인하대병원으로 이송,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 순경은 이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복부에 가스가 많이 차서 말하기 어렵다"며 몸이 너무 안좋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술 직후 정신을 차린 뒤 가장 먼저 이 경사님이 어떻게 됐는지 물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은 이 순경과 함께 나포작전에 나섰던 고 이청호 경사의 영결식이 엄수된 날이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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