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아니어도 된다 생각하니수능만점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7일 0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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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친구들은 서울대가 아니면 재수하겠다고 하는데, 전 서울대가 아니더라도 경영학과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떨지 않고 시험을 쳐서 '대박'이 난 거 같아요."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만점자 27명(문과)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고 3학년생 윤남균(18)군은 시험 보기 전 '내가 잘 봐봤자 얼마나 잘 보겠어'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학업 성적이 항상 우수하긴 했지만 고교 3년 내내 각종 시험에서 한 번도 전교 1등을 해본 적은 없다.

사실 윤군은 전형적인 모범생은 아니다.

남들이 밤잠을 줄여가며 수능을 준비하던 3학년 1학기 때 한국물포럼에서 주최하는 '물절약 방안에 대한 대회'에 참가했다.

윤군은 "MIT 댄 에리얼리(Ariely) 교수의 경제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발표했는데 입상은 못 했다. 남들은 '이 바쁜 와중에 웬 대회냐'고 했지만 그냥 재미있을 것같아서 했다"고 7일 말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 교수에게 경제학 관련 질문을 하는가 하면 이 교수의 책리뷰를 보고 같은 책을 구입해 정독하는 수험생답지 않은 '배짱'도 보였다.

윤군의 어머니 김숙리(45)씨는 "아들이 조금 덜렁대는 스타일"이라며 "만점을 받았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윤군은 수능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 9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모의고사에서 전교 20등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 아무리 수재들이 모인다는 외고지만 그 성적으로는 서울대 지원이 어려웠다.

윤군은 "그때 비로소 정신 차리고 수능 맞춤형 공부를 시작했다"며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닥치는 대로 독서를 한 것이 튼튼한 '기초체력'으로 남아 성적 향상에 탄력이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시 공부의 고전으로 통하는 '3당4락'(3시간을 자면 원하는 대학에 붙고 4시간을 자면 떨어진다)이란 말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전 매일 7시간은 잤어요. 잠을 적게 자는 친구들은 1,2시간 공부하면 지쳐서 나자빠지는데 전 5시간도 꼼짝 않고 집중할 수 있었어요." 윤군은 대구 출신이다. 아버지는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고 누나는 대구과학고를 나와 현재 연세대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는 대구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 용인외고에 진학한 한 선배를 만나고 용인외고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대 아니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수능을 치른 윤군이지만 결국 서울대 경영학과나 사회과학대에 지원할 계획이다.

요즘 대치동 학원에서 논술시험 준비에 한창인 윤군은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알 리스(Al Ries)가 인생의 롤모델이다. 마케팅 컨설턴트로 망해가는 기업을 살리고 회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이 멋져 보인다"며 활짝 웃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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