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285개 섬 불나면 대책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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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살고있는 296개 섬 중 11곳만 소방인력-장비 배치
그나마 2명이 교대근무 ‘열악

20일 0시 40분경 전남 완도군 금일읍 월송리 수협 수산물 보관창고에서 불이 났다. 이날 불은 공장 2동 1300여 m²와 다시마, 미역 등 가공 수산물을 모두 태우고 7시간 만에 꺼졌다. 섬에는 119지역대가 있지만 2명이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한 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의용소방대원들과 읍사무소 직원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1명의 소방관이 치솟는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근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배편을 이용한 소방장비 지원도 불가능했다. 119는 오전 3시 20분이 돼서야 해경 경비정으로 화재 진압대원 3명을 지원했다. 화재조사 요원들은 전용 배편이 없어 바다 물결이 잠잠해진 오전 8시 정기 여객선을 타고 섬에 들어갔다.

전남 섬 지역이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 있다. 21일 전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에 주민이 살고 있는 섬만 296개에 이르지만 소방 인력과 장비가 배치된 섬은 100가구 이상 사는 11개 면 단위 섬이 전부다. 신안군 비금·흑산·안좌도, 여수 삼산면 거문도, 고흥 금산면, 완도 금일·소안·노화·청산·금당, 진도군 조도 등 11개 섬에 근무하는 소방 인력도 고작 20명에 불과하다. 2교대 근무 여건을 감안하면 소방관 1명이 직접 소방차를 몰고 불까지 끄는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11개 섬 중 소방펌프차와 구급차를 모두 갖춘 지역은 5개 섬(완도 금일·노화, 신안 비금·흑산·안좌)뿐이고 나머지 섬은 펌프차만 보유하고 있다. 불이 나면 섬 주민들이 알아서 꺼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취약한 섬 지역 소방 대응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청웅 전남도소방본부장은 “섬 지역 의용소방대원에게 개인 장비를 지급하고 군 복무 대체 요원인 의무소방대원들을 섬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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