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업형 조폭과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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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지방청에 전담팀 신설… 금융당국과 자금추적 공조

경찰이 최근 인천 장례식장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건을 계기로 법적인 틀 안에서 불법행위를 일삼는 기업형 폭력조직을 최우선적으로 척결하기로 했다. 최근 조폭들이 건설업이나 사채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주가조작, 불법적 기업 인수합병, 보험사기 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 현판식에서 “조폭은 초기엔 지역 상인들이나 주민들을 괴롭히지만 차츰 성장하면 이권이 많은 곳을 찾아 진출하게 되고 결국 기업형으로 변모한다”며 “조폭에 자금력이 생기면 일본 야쿠자나 미국 마피아처럼 경찰이 통제하기가 어려워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최근 적발한 기업형 조폭의 사례를 보면 조폭들이 사채시장에서 사업가로 위장해 기업들에 고리로 자금을 빌려준 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물리는 방식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 일부 조폭은 애초부터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먹잇감으로 정한 뒤 고리로 사채를 빌려주고 기한 내 갚지 못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돈을 갚으라고 압박을 하다 결국 사업권까지 빼앗고 있다.

또 부실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진으로 들어가 기업 자금을 횡령하고 자산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기업을 무너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축적한 자금을 활용해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방법도 등장했다.

경찰은 조폭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적극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연예인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사인회 등 각종 행사 출연을 강요하고 연예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불공정 계약을 강압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기업형 조폭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뇌물을 제공하거나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 기업형 조폭들이 저지르는 각종 불법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과 협조해 조폭의 범죄 수익금을 추적하고 확인되면 적극 환수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조기에 와해시킬 방침이다.

경찰은 아울러 경찰청 본청과 지방경찰청에 형사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 인력을 구조조정하면서 조폭을 담당하는 폭력계가 많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과거 폭력계의 역할을 할 5명 정도의 전담팀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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