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엄마… 꿈에서도 당신을 그렸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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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결혼이주여성 친정 부모 초청 행사

12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결혼이주여성 친정 부모 초청 행사에서 캄보디아 출신 쳄롬 씨(왼쪽)가 
“그동안 보고 싶다는 말조차 건넬 수 없었다”며 참았던 눈물을 보이자 딸 체암스레이롱 씨(25)가 위로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2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결혼이주여성 친정 부모 초청 행사에서 캄보디아 출신 쳄롬 씨(왼쪽)가 “그동안 보고 싶다는 말조차 건넬 수 없었다”며 참았던 눈물을 보이자 딸 체암스레이롱 씨(25)가 위로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2일 오후 경북도청 강당에 걸린 현수막에는 ‘어머니 아버지 참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경북도가 마련한 결혼이주여성 친정 부모 초청 행사장은 수년 만에 만난 가족들의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 참석자들은 한참 보지 못한 그리움을 달래듯 얼굴과 손을 매만지고 몇몇은 감정에 북받쳐 눈시울을 붉혔다.

캄보디아에서 온 로스콩 씨(64·여)는 공식 행사는 뒷전인 채 7개월 된 손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가족은 같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 않겠느냐”며 “꿈에 그리던 딸과 손자 손녀를 보게 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편 마오썸 씨(69)는 네 살짜리 손자 재롱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4년 만에 딸의 가족을 본다는 그는 “사위와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게 돼 정말 마음이 놓인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딸과 사위를 위해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딸 마오대니 씨(32)는 “한국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일은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인데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며 “며칠만이라도 그동안 못했던 효도를 다하고 싶다”고 했다.

이민여성 남편들도 장인 장모에게 모처럼 든든한 사위의 모습을 보여줬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2006년 캄보디아 출신 여성과 결혼한 구영로 씨(42·경산시 사정동)는 “아내가 부모님 만날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을 보고 그 심정이 어떨지 참 애틋하게 느껴졌다”며 “결혼 후 처음 이렇게 가족이 모였으니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6개월 전부터 이 행사를 정성껏 준비했다. 초청 가족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친정 부모 22명. 현지에서 친정 부모 여권을 일일이 만들어주고 비자 발급도 원활히 되도록 각국 한국대사관의 도움도 받았다. 이제명 경북도 여성청소년가족과 사무관은 “그리운 가족의 마음을 하나씩 이어주는 일이었다”며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준비 기간 내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16일까지 경북 지역 시군에서 마련한 축하행사에 참석하고 대구 경북 주요 관광지를 찾는다. 17일에는 서울 경복궁 청계천 등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승태 경북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친정 부모들이 딸 사위가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돌아가는 기분이 얼마나 좋겠냐”며 “1만 명에 이르는 경북의 다문화가정에 따뜻한 정이 넘치도록 이 행사를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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