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들 떼지어 다니며 음주… 한국여성 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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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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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잇단 범죄에 야간통금 부활… 주말 서울 이태원-홍대 앞-압구정동 가보니…

“함께 가자”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 명령이 부활한 둘째 날인 9일 오전 3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에서 한 주한미군이 한국인 여성들에게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데 함께 가자”고 유혹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함께 가자”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 명령이 부활한 둘째 날인 9일 오전 3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에서 한 주한미군이 한국인 여성들에게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데 함께 가자”고 유혹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We′ve gotta go! f×××!(우리 이제 가야 해. 씨×!)”

잇따른 범죄로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 명령이 부활한 첫날인 8일 오전 3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인근에서 미군 중 한 명이 시계를 보더니 “부대에 복귀하기 싫다”며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미군도 “주말 밤인데 오전 3시 이전에 돌아가야 해 억울하다”며 “우린 영외 야간외출 제한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 외출금지에도 거리엔 만취한 미군들

주한미군은 최근 동두천시에서 주한미군이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서울에서도 주한미군이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7일부터 주말에는 오전 3시부터 5시까지, 평일에는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야간외출을 제한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8, 9일 밤 주한미군이 주로 몰리는 이태원과 홍익대 앞,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서 확인한 결과 만취한 미군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지나가던 시민들을 희롱하는 등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거리에서 만난 미군들은 동료 군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보다는 외출제한 조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에 바빴다. 한 미군 병사는 주한미군의 여고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묻자 “그냥 성에 미친 사이코 괴물이다. 어딜 가든 그런 사람은 있는 것이고 규칙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부대 복귀시간인 오전 3시가 되자 대다수 미군이 택시를 타고 사라져 거리는 다소 한산해졌다. 7일부터 미군 헌병대가 순찰을 강화한 것도 분위기에 영향을 줬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미군들에게 통행금지시간을 알려주고 복귀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안내했다. 7일 밤에는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이, 8일에는 데이비드 콘보이 부사령관이 함께 순찰을 했다. 콘보이 부사령관은 “다수의 미군은 군인과 정부의 가치에 맞는 삶을 살고 있다. 이번 30일 통행금지조치는 전부가 아닌 소수를 교육하는 기간”이라며 “현재 정해진 기간은 30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사령부의 판단하에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전 3시 이후에도 동료들과 술을 마시는 미군 병사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 3시 10분경 압구정동의 한 클럽에서 만난 미군은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으면 괜찮다”며 “2시간만 버티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미군 헌병대 관계자는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택시가 고의로 멀리 돌아가는 바람에 늦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처벌을 내리기 힘들다”며 “다만 사건사고에 연루되면 본보기로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외출제한 해제 이후 범죄 늘어

2001년 9·11테러 이후 시작됐던 주한미군의 야간외출제한 조치가 지난해 7월 해제된 이후 미군 범죄는 증가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외교통상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298건 324명에 이르던 주한미군 범죄는 2006년 207건 242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점차 증가해 지난해엔 316건 380명까지 급증했다. 2006년 미군 121.8명당 1명이 범죄를 저질렀던 것에 비해 2009년에는 80.9명당 1명으로 늘어난 것. 이태원 주변의 한 술집 종업원은 “지난해 통행금지가 풀린 뒤 술에 취한 미군들이 오전 8, 9시까지 돌아다니며 한국인을 위협하는 일이 많았다”며 “임시 외출제한 조치가 끝나면 거리는 또다시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동두천과 서울 마포 여고생 성폭행사건 역시 새벽시간대에 일어난 일이다. 이 외에도 2일 오전 2시경 이태원에서는 주한미군 J 병장(29) 등 미군 3명이 한국인 곽모 씨(28)와 김모 씨(27·여) 등 4명과 길에서 시비가 붙자 얼굴에 피멍이 들도록 이들을 때려 J 병장이 입건된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와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 사이에선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북부진보연대 황왕택 집행위원장은 “주한미군 범죄는 거의 다 야간에 일어난다”며 “앞으로 미군부대 앞에서 ‘미군은 밤 12시가 넘으면 부대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피케팅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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