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家의 맛’ 佛을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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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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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요리 본고장 파리서 사찰음식 홍보… 평론가 르베 씨 “세계화 가능성에 주목”
내년엔 백화점 시연회-상설 식당 추진

28일 파리의 한국문화원에서 사찰음식 전문가인 대안 스님(가운데)이 사찰음식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파리=김갑식 기자dunanworld@donga.com
28일 파리의 한국문화원에서 사찰음식 전문가인 대안 스님(가운데)이 사찰음식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파리=김갑식 기자dunanworld@donga.com
“세계에 채식요리 붐이 일고 있습니다. 프랑스인의 식단이 채식 위주는 아니지만, 한국 사찰음식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 큰 반향을 얻을 걸로 봅니다.”(프랑스 음식평론가 클로드 르베·88)

“사찰음식의 독창성은 음식을 만드는 기교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마음에 있습니다.”(대안 스님·51)

28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대한불교 조계종의 ‘한국 불교 문화체험’ 리셉션.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음식평론가 르베 씨와 사찰음식 전문가 대안 스님은 한국 사찰음식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나눴다. 두 사람은 스님의 요리 시연 뒤 가진 간담회에서 “음식문화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사찰음식이 통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연회의 메뉴는 능이버섯을 두부 속에 넣은 능이두부찜과 5가지 채소를 작은 전 모양으로 부친 빈자적. 능이버섯은 프랑스인들이 고급 요리로 손꼽는 송로버섯과 비슷한 식감을 갖고 있어 재료로 선택됐다. 버섯과 두부를 찌고 야채를 다지기 시작하자 시연회 분위기가 고조됐다. 스님이 둥그런 빈자적을 손에 올려 모양을 잡자 참석자들은 ‘어’ 하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시연회는 좁은 공간 때문에 30여 명만이 참석했지만 사찰음식에 관한 깊이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사찰음식에서 사용하지 않는 오신채(五辛菜)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한 참석자가 “자극적인 식재료를 피한다면서 왜 고추는 사용하는가”라고 묻자 스님은 “오신채는 불교 경전에 몸에 열을 내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어 피하는 것이다. 고추는 오신채에 들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르베 씨는 “사찰음식을 지켜보면서 야채만으로 만드는 사찰음식의 다양한 맛과 그 음식을 뒷받침하는 배려가 특히 흥미로웠다”며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담긴 ‘정신적 음식’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사찰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르베 씨와 프랑스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2012년 5월 파리의 유명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사찰음식 시연회를 연다. 현지 반응이 좋으면 백화점 내에 사찰음식 상설 식당도 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서 현지 언론과 음식업계 인사들을 초청해 사찰음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영혼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영산재의 하이라이트 공연에 이어 참석자 200여 명이 사찰음식을 직접 맛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계종은 30일 오후 유네스코 본부에서 각국 대표부 대사 등을 초청해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공양-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만남’ 행사를 연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인사말에서 “1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불교에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며 “두 ‘보물’이 세계에 한국과 한국 불교를 알릴 수 있는 민간대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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