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경찰서는 22일 금용(金蓉) 김일섭, 만봉(萬奉) 이치호 스님과 더불어 ‘국내 불교미술의 3대 산맥’ 중 한 명인 고 월주(月洲) 원덕문 스님(사진)의 유작 등 12점을 성북구 돈암동 신흥사에서 훔친 양아들 원모 씨(3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흥사 주지를 지낸 월주 스님은 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경주 불국사 관음전의 천수관음탱화 등의 작품을 남겼다.
원 씨는 갓난아기 때 신흥사 대문 앞에 버려진 채 스님에게 발견됐다. 스님은 원 씨를 데려다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속세 성도 물려줬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스님의 사랑과는 달리 원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알면서 점점 삐뚤어졌다는 것. 스님 지갑에서 돈 훔치기를 반복하다 결국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절에서 나왔다. 원 씨는 이후 각종 일용직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고 그사이 1992년 월주 스님은 입적했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양아들을 걱정하던 스님은 원 씨 앞으로 얼마 되지 않는 유산을 남겨놓기도 했다.
원모 씨가 장물업자들에게 팔아넘긴 월주 스님의 유작 산수화 8폭 병풍. 시가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지만 가치를 못 알아본 원 씨는 이를 40만원 선에 팔아넘겼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하지만 철없는 양자의 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두 달 전 첫아이를 얻은 원 씨는 빚 때문에 생계가 막막해지자 올 4월 20여 년 만에 절로 돌아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돈이 급했던 원 씨는 예전에 스님이 그림을 그리던 것을 기억하고 4월 중순 몰래 절에 침입해 스님이 남긴 금장화와 산수화 8폭 병풍 등 유작 12점을 훔쳤다.
신고를 받고 절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한 경찰은 원 씨가 범인임을 확인하고 5개월 만인 21일 원 씨를 충남 공주시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림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원 씨는 장물업자들에게 속아 그림 한 점당 10만∼20만 원의 헐값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스님의 작품은 작은 스케치북 크기의 금장화의 경우 약 500만 원, 8폭 병풍은 1000만 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림을 훔치기는 했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원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원 씨로부터 그림을 산 백모 씨(47)와 김모 씨(51)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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