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사퇴 숙고 오세훈의 ‘3대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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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이행 명분과 지지자에 대한 미안함
즉각사퇴 만류 기류, 보선비용 추가 발생

"잘 잤을 리가 있겠느냐."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다음날인 25일 시청공관을 나서면서 '잘 잤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장직 사퇴시기를 숙고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어 "(거취를) 조만간 빨리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 시장은 24일 주민투표가 무산으로 결론나자 안타까움을 표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퇴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측근의 입을 통해 '하루 이틀 내'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한 상태다.

스스로 "잘 잤을 리가 있겠느냐"고 밝혔듯이 오 시장이 잠을 설치며 머릿속에 그린 생각은 크게 3가지로 추정된다.

먼저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만큼 즉각 사퇴하는 것이 명분에도 맞고 후일 도모를 위해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사퇴를 질질 끌어봤자 서울시의회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을 법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뿌리인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즉각 사퇴 만류 기류와 대선이 임박한 내년 4월 총선이 아닌 올해 10월 보궐선거로 악재를 미리 털어버려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을 이리저리 저울질해보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 패배 직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당과 협의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대목은 이런 추정에 힘을 더해준다.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도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을 듯싶다. 평일에 치러진 투표를 통해 25.7%의 투표율을 확보하고도 개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투표율을 표로 환산하면 215만9095표. 오 시장이 작년에 6.2 지방선거 때 얻었던 208만6127표보다 더 많다. 야권이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벌인 만큼 투표자 대다수는 오 시장의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

선거비용에 대한 부담도 그가 쉽게 떨칠 수 없는 고민이다. 이번 주민투표를 치르기 위해 들어간 돈은 약 180억원이다.

오 시장이 9월30일 이전에 사퇴해 10월에 보선을 치를 경우 300여억원의 혈세가 추가로 든다는 점은 부담감으로 밀려왔을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서울시장 보선을 하면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1년2개월 만인 올해 8월 주민투표를 치르고 2개월 뒤인 10월에 또 자신 때문에 보선을 치를 경우 국민의 정치적 불신을 조장하고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그려진다.

금명간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당분간 오 시장의 전전반측(輾轉反側·근심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은 계속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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